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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부겸의 무모한 도전, 그를 응원하는 이유

박정희가 심어놓은 지역주의의 씨앗이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로 대폭발한 이후 지역주의는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대한민국 정치의 오래된 난제인 지역주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다마치 삼국시대를 연상케하는 지역주의 구도가 무려 천 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불가사의에 가깝다남북 분단이 현대사의 비극이라면 지역주의는 우리 역사의 총체적 비극이다.


물론 이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우며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개 일회적 이벤트성으로 끝나거나 정치공학적 차원의 일환으로 이용되었을 뿐,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택한 '바보' 노무현의 도전이 그나마 우리가 기억하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사례로 가끔씩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승리가 지상 목표인 선거에서 '바보'는 돌연변이이거나 별종일 뿐 절대로 미덕이 될 수 없다. 계란으로 아무리 바위를 쳐본다 한들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바보'는 그저 '바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보'들의 무모한 도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때로 세상은 기꺼이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사람들의 열정과 뚝심에 의해 바뀌기도 하니까 말이다. 지역주의라는 괴물에 맞서 줄기차게 대구지역을 공략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이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 오마이뉴스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도전은 이번이 세번째다그는 2012년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했던 자신의 지역구(경기 군포, 3)를 버리고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40.42%를 획득,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52.77%)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광역시장에 도전했다가 40.33%의 득표율로 새누리당의 권영진 의원(56%)에게 아쉽게 석패한 바 있다


그에게 두 번의 시련을 안겨준 대구는 경북과 함께 야당에게는 금단의 땅과 같은 도시다. 죽은 독재자의 그림자가 지배하는 땅이며 깃발만 꽂으면 견공도 당선되는 지역이라는 비아냥이 있을만큼 다른 어느 곳보다 지역색이 뚜렷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주의는 한국사회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나마 정치권에 있는 내가, 대구사람인 내가 마지막으로 몸을 바쳐보겠다는 거다. 나마저 이런 도전을 안하면 지역주의 문제는 아무도 깨지 못하는 현실이 된다"

 

그가 대구광역시장에 도전할 당시 내던졌던 장엄한 출사표다. 그러나 지역주의 문제를 깨겠다는 그의 투지와 열정은 높이 살만 하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사실 지난 두번에 걸친 선거 패배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이는 김부겸 전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지난 총선에서의 40.42%와 지방선거에서의 40.33%가 그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지일지도 모른다주지한 바와 같이 대구는 야당에게는 절대로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성역과도 같은 곳이며 금단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구에서 정치인생의 끝을 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도대체 이 무모함과 끝모를 오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역시 그에게도 '바보' DNA가 흐르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과 소명만으로 이 무모함이 설명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그렇다면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김부겸 의원의 이번 총선 전망은 과연 어떻게 예측해 볼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지역민심이 매우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부겸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김문수 후보를 상당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1~2월 한때 20%이상 앞서 나가던 지지율은 3월 둘째주 들어 그 격차가 많이 좁혀져 현재는 엎치락 뒤치락을 하고 있는 상태다.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지만 불모의 땅 대구에서 그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지역주의에 대한 그의 도전은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여전히 더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  이유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더 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직하고 뚝심있는 정치인의  도전을 지켜보는 일은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함에 대한 편견과 통념을 깨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계란으로 바위가 깨질 리가 없다. 아무리 부딪혀본다 한들 깨지는 것은 계란 자신일 뿐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위에 남아있는 계란의 파편들이다. 무쇠처럼 단단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계란이 아니라 그 흔적을 기억하는 절대다수의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계란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이 있고 지역주의는 결국 시민의 손에 의해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지역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스스로 '바보'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 좁은 길을 가는 사람은 항시 외로운 법이다. 역사적으로도 선구자와 선각자들은 예외없이 시련과 고난, 역경의 풀 숲을 헤치고 나가야만 했다. 필자는 김부겸 전 의원처럼 책임 의식과 소명 의식이 뚜렷한 정치인들은 그에 합당한 정치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게 될 때라야 비로소 노무현, 김부겸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바보'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김부겸'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의 무모한 도전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우직하고 묵묵하게 한 길을 가는 '바보'들의 진심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혹시 또 모른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이 사내의 무모한 도전이 현실에서 기적처럼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도. 어떤가, 그저 생각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겁지 아니한가. 김부겸 전 의원의 무모한 도전을 격하게 응원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심은 언젠가는 반드시 통하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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