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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필러 시술, 박근혜가 직접 했나?

ⓒ 오마이뉴스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3차 청문회'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답답함과 실망, 그리고 분노 말이다. 기실 맹탕 청문회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일정을 훤히 꿰고 있을 이영선·윤전추 행정관, 미국 연수 중이라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등 핵심증인들이 청문회에 불참 통보를 해 온 탓이다.


여기에 턱없이 짧은 질의시간, 의혹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 확보의 어려움, 특위위원들의 자질 및 준비 부족,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 등이 맞물리면서 3차 청문회 역시 지난 1~2차와 마찬가지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실패했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은 3차 청문회에서 최씨가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지인에게 전화해 측근인 고영태씨에게 위증을 종용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해 장내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박 대통령에 대한 비선진료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와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청와대 출입시 인적사항을 적지 않는 '보안손님'으로 경내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진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귀국 전 측근에게 위증을 교사하고, 국가기밀인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비선이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 3차 청문회의 가장 큰 소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3차 청문회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에 쏠린 국민적 의혹을 덜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의혹은 외려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졌다. 이번 3차 청문회에서 특위위원들은 박 대통령의 필러 시술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2014년 5월 13일 국무회의 당시 찍힌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남아있던 피멍 자국과 관련한 특위위원들의 질의가 쏟아진 것이다. 이 와중에 김영재 원장은 "이것은 필러 같다"고 말해 박 대통령의 필러 시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3차 청문회에서 특위위원들이 필러 시술 의혹을 집중 추궁했던 이유는 박 대통령의 미용 시술 여부가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의료진들은 모두 필러 시술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고, 실체적 진실 역시 베일에 쌓이게 됐다.

박 대통령의 얼굴에 난 피멍 자국은 필러 시술의 흔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14일 "세월호 수색이 한창일 때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서 미용 시술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한국일보>에 따르면 성형외과 및 피부과 전문의들은 박 대통령의 피멍 자국이 주름을 펴기 위한 필러 주입술의 후유증으로 보인다는 공통된 입장을 나타냈다.

이를 토대로 현재 풀리지 않는 의문은 크게 두 가지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 시술을 받았는지의 여부와, 참사 당일 혹은 그 이후 박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을 해 준 당사자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피멍 자국이 선명히 드러난 사진과 이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혹은 그 이후 필러 시술을 받았다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 오마이뉴스


문제는 '언제, 누가 이 시술을 해주었느냐'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는 없다. 관련자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핵심 증인들마저 이런 저런 얼토당토 않은 사유를 내세워 청문회 출석을 회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필러 시술을 받은 흔적과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의혹만이 증폭되고 있을 뿐이다.

3차 청문회의 최대 이슈였던 박 대통령 필러 시술 의혹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대통령이 필러를 맞긴 맞은 것 같은데, 시술을 한 사람은 없다'로 정리할 수 있다. 주사를 맞은 사람은 있는데 놓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령이 놓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 김상만 전 자문의의 충격적인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그가 3차 청문회에서 자신이 직접 박 대통령의 손에 주사를 쥐여주고 어떻게 놓는 것인지 알려줬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의 증언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주사제를 직접 자신에게 놓았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레카!


지금까지 세간의 의혹은 주로 박 대통령에게 누가 필러 시술을 해주었는가에 집중됐다. 특위위원들의 "시술하신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박 대통령의 주치의와 자문의 등 의료진이 필러 시술을 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스스로 주사를 놓았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이 특위위원들의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도 않은 필러 시술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찾는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 <올드보이 중에서>

어쩌면 가정 자체가 틀렸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박 대통령이 필러 시술을 받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의료진들은 필러 시술은 절대 한 적이 없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김상만 전 자문의는 박 대통령에게 어떻게 주사를 맞는지 자신이 알려주었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이 필러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수'로 놓고 본다면 결론은 박 대통령에게 필러 시술을 한 의료진 중의 한 사람(미국에 머물고 있는 조여옥 대위 포함)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박 대통령이 직접 주사를 놓았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 그리고 필러 시술 의혹.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래나저래나 국민의 시선은 오직 한 곳,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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