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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회찬이 옳았다.."법은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

ⓒ연합뉴스

 

'역시나'였다. 사법부가 그룹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재용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의미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 이제는 '삼성무죄'라 외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밝힌 영장 기각사유를 보자.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런저런 말을 늘어놨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가 충분히 수집된 상태이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를 해도 된다. 브라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천명한 사법부의 판단에 박수라도 보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일관성과 형평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게 문제다. 라면을 훔친 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때린 법원의 추상같은 사법적 판단을 거론하지 않아도, 소위 힘 깨나 쓴다는 이들과 일반인 사이의 어마무시한 간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이재용에 대한 법원의 선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월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시켰고, 2018년 2월 2심에서는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정형식 부장판사가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특급대우(?)를 해줬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형식 부장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300건이 넘게 게시됐고, 정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청원에는 하루 만에 15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했다. 재력과 권력의 유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사법부의 판단에 성난 시민들의 비판과 성토가 이어진 것.

비단 이재용 뿐만이 아니라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대원칙은 무너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마약을 투약하고 밀반입하다 걸린 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의 딸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음주운전-뺑소니-운전자 바꿔치기 등 악질적 범행을 저지른 장제원 통합당 의원 아들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재벌총수 및 자녀 등 가진 자들에 대한 법원의 봐주기 판결이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힘 있는 사람에겐 한없이 비굴하고, 약자에게만 엄격한 사법부 불신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죽하면 노회찬 의원이 대한민국의 법은 만명에게만 평등하다고 일갈했을까.

경영권 승계를 위해 433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에 대한 영장기각과 (특정범죄 가중처벌이 적용되긴 했지만) 라면을 훔쳤다는 이유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상식에 부합하는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압박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근혜에 뇌물을 준 대가로 경영권을 승계했음에도 불구속 상태에서 법리 다툼을 벌이는 이재용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공정한 것인가. 아마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터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어야 하지만 작금의 사법시스템이 사회공동체의 상식을 지키는 범주에서 집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강자에는 약해지고, 약자에는 강해지는 세상의 논리가 정의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에서마저 횡행하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법은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노회찬의 말이 옳았다. 법은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이런 식이라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우리는 사법적 판단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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