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원구성 합의에 실패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이 15일로 또 다시 미뤄졌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국회 원구성 협상의 숨통이 틔이는가 했지만, 미래통합당이 “법사위원장직을 지켜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협상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고수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야당에 예결위, 국토교통위원장, 정무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 7자리를 양보하는 통 큰 제안을 했지만 통합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오늘 원 구성을 마무리짓지 못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15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사흘 안에 원구성에 합의하라고 여야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는 15일을 데드라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원구성 협상이 불발되자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박 의장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한 비판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이 야당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내재돼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학습효과일 터다. 20대 국회의 전철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날선 경고이자 일침이라는 얘기.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통합당의 습관적 국회 파행의 악몽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시작부터 또다시 과거의 행태를 재연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자 박 의장과 김 원내대표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박 의장과 김 원내대표의 제스쳐는 명분쌓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지난 5일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시킨 민주당을 향해 '독재 선전포고'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원구성 합의 과정에서도 통합당은 법사위와 예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원구성을 위한 표결 절차에 바로 돌입했다면 국회 파행의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당이 보수언론의 지원을 등에 없고 전면적인 여론전에 나설 경우, 원구성을 결행한 민주당으로서는 난감한 처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의장이 여야에게 3일 동안 협상할 시간을 벌어주면서 이제 국회 원구성의 공은 통합당으로 넘어가게 된 모양새다. 민주당이 예결위와 국토위, 정무위 등 노른자 상임위를 야당에 양보하면서 통합당이 계속해서 버틸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20대 국회 원구성 당시만 보더라도 야당이던 민주당이 예결위, 국토위, 외통위를 포함해 8개를, 여당인 새누리당(현 통합당)이 법사위, 기재위, 정무위 등 8개를 나눠 가졌기 때문에 법사위를 고집하는 통합당의 주장은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전례에도 어긋난다.
단독으로 원구성을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야당에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 일각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 넓게 생각한다면 외려 한 호흡 길게 가져가는 것이 정석이며 전략적으로도 현명하다.
단, 통합당에 예결위 등을 양보하고, 협상 시한까지 준 만큼 오는 15일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원구성을 마무리져야 한다. 총선의 민의대로 한 손에는 정치와 사회 개혁을, 다른 한 손에는 경제와 민생을 잡고 국정에 매진한다면 국민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말로 담대히 나가라. 사회를 혁신적으로 개혁하고 민생과 경제를 살뜰히 돌보라.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그것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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