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 하는 데도 부득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라면 혼을 내서라도 버릇을 고쳐놓겠지만 다 큰 성인이 그러고 있으니 난감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몰라서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하고 넘길 테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부러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하지 말라는 쪽(정부·여당, 다수 일반시민)과 하겠다는 쪽(탈북시민단체), 그리고 정치적 목적 아래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쪽이 서로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달살포를 멈춰야 한다는 이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멈출 수 없다고 강변하는 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북전단 살포가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가을에는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북한이 전단살포를 "사실상의 선전포고"라 규정하며 고사총탄을 발사하자, 정부가 대응사격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군사적 충돌 이후 접경지역 주민들과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탈북단체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졌음은 물론이다. 보수단체와 이를 막아서려는 인근 주민 및 진보단체 간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대북전단 살포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임진각 주변은 때때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다들 기억할 것이다. 보수단체 회원들을 태운 전세버스와 풍선 충전용 가스통을 탑재한 트럭의 반대편에 트랙터들이 길게 줄지어 도열하고, 풍선을 띄우려는 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들 사이에 고성과 격한 몸싸움이 펼쳐지는 장면 말이다.
접경지역에 살고있는 주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일일 터. 북한의 고사정포가 언제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방어는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권리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탈북단체 등이 주축이 된 전단살포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북전단 살포의 또다른 문제는 남북관계에 치명적이라는 것. 최근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주도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선언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춤하던 대북전단 살포가 최근 남북관계 소강국면을 틈타 재개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당시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대북 전단살포는 남북정상 합의를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남북관계의 갈등과 대립을 유발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건 탈북 단체들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후원금을 걷는 단체들이 있는데, 일부 단체를 후원금을 걷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 전단 살포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이 살포되는 배경에 '역시나' 돈 문제가 결부돼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감사에서 국무총리실과 안전행정부가 탈북전단을 살포한 보수단체들에게 정부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4년 국감에서 당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민간경상보조사업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리실이 대북전단 살포에 동참한 것으로 드러난 대한민국사랑회 등에 지난 2년간 2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자금을 물밑에서 지원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워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논리를 폈지만, 실상은 뒷구멍으로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셈이다. 보수정권의 지원을 받았던 탈북단체들이 접경주민의 안전과 생명,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는 세간의 비판에도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멈추지 않는 데에는 이처럼 보수세력의 지원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주목할 것은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다. 탈북자 출신의 한 선교사가 경찰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2016년 대법원은 '국가에게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권리가 있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인근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제재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 보호 차원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주민의 생존권과 남북평화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일부 개념없고 몰지각한 탈북단체들의 망동으로 훼선되어선 안 될 일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안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하는 이유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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