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이후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져있는 미래통합당이 결국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이다.
물론 차기 대선까지 전권을 일임해 달라고 김종인이 요구하고 있고, 비대위 체제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상황은 조금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비대위 출범에 무게가 쏠리는 형국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하게 되면 통합당은 2016년 총선 패배 이후에만 4번째 '비대위 체제'('인명진 비대위-류석춘 혁신위-김병준 비대위')를 맞게 된다.
나는 이 장면 속에 통합당의 감출 수 없는 민낯과 (출범할지 모를) 김종인 비대위의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통합당의 낯뜨거운 민낯을 살펴보자. 4년 동안 비대위 체제를 4번이나 겪어야 한다는 건 당을 추스리기 위한 통합당의 노력(?)이 국민적 공감을 전혀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겉으로는 혁신을 내세웠지만 궁극적으로 쇄신에 실패했다는 방증인 것이다.
실제 그간 통합당이 해온 일을 보라. 반성도 성찰도 없고, 책임을 지는 인물도 없다. 겉으로는 쇄신이네 뭐네 요란법석을 떨었지만 언제나 수박 겉핧기다. 시대흐름에 맞게 노선과 철학의 재정립 해야 함에도 냉전주의적 사고와 시대착오적 인식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당대표였던 황교안부터가 유신독재시대의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다. 색깔론과 무조건적인 국정 발목잡기, 시도 때도 없는 막말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시대흐름에 부합하지 못하는 당이 도태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통합당은 국민의 시야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더더욱 심각한 건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는 거다.
김종인 비대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김종인이 아니라 김종인 할아버지가 와도 성공하기 힘들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에게 전권이 주어져야 한다. 김종인이 위원장직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이를 요구한 것도 그것 없이는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김종인이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를 성공시킨 것도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게 공천권을 비롯한 당의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 통합당은 그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어차피 통합당은 원내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물갈이 대상으로 손꼽히던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살아남았다.
이번 총선으로 당내 '영남-친박 구도'가 더욱 굳건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비대위에 전권을 일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차기 대선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 그때까지 비대위를 유지할 수도 없거니와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비대위의 활동기한과 권한 등을 둘러싸고 계파간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당내 주류인 비대위가 혁신의 비로미터인 인적쇄신 작업을 손놓고 바라보고 있을 리도 만무하다.
결론이다. 통합당은 지난 4차례의 전국 선거에서 모두, 그것도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양치기 소년의 문제점은 마을 사람들이 같은 거짓말에 계속 속아넘어갈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당을 이끄느냐가, 어떤 지도체제를 선택할 것이냐가 아니다. 자신들의 처지와 분수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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