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헌재가 23일 백남기씨의 가족들이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경찰이 살수차를 이용해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씨에게 도달하도록 살수한 행위는 백씨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고 결정한 것이죠.
백남기씨는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의식불명이 됐습니다.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과 사인 논란이 커다란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되었습니다.
사실 백남기씨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의해 쓰러져 사경을 해매다 사망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고 당시 영상이 담긴 CCTV는 물론이고 서울대병원의 진료기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서도 이는 명백히 드러납니다.
이와 관련 살수차 물대포의 위력을 테스트하는 방송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벽돌이 깨지는가 하면, 타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백남기씨가 맞은 살수압보다 낮은 압력의 물대포에 기자가 속절없이 나가떨어지면서 갑론을박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측은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직접적 원인이 '심폐기능정지'에 의한 '병사'라는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정치적 외압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경찰은 백남기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경찰의 직사살수에 의한 것이라 법원이 인정했음에도 과실을 인정하기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샀습니다.
외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해 공분을 사기도 했죠.
정부 역시 국가폭력에 의해 무고한 시민이 사망한 사건임에도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한 인명살상이 명확한데도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죠. 심지어 박근혜는 당시 시위대를 IS에 비유하며 불법폭력시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주문해 경찰의 과잉진압을 두둔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한 타살이 명확한데도 박근혜는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의자인 경찰은 사과와 책임 인정은커녕 잘못된 사망진단서를 가지고 부검에만 매달렸습니다. 새누리당 역시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차단하려 급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백남기씨의 죽음 이면에는 이처럼 집권세력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이 녹아있습니다. 집권세력의 철학과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이제라도 진실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도 꼭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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