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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병준 향한 친박의 반격이 시작됐다

ⓒ 오마이뉴스


12월 중순 열릴 예정인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재연될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기화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계파 문제가 다시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자칫 내분이 격화될 경우 당이 다시 쪼개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계파 분열 조짐에 잇따라 경고를 날린 것은 이같은 당내 상황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계파 논리를 살려 심지어 분당까지 운운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비상대책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원대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갈등이 고조될 기미가 보이자 이를 서둘러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는 것. 김 위원장의 권위와 위상은 이른바 '전원책 사태'를 거치며 크게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김 위원장은 친박계를 비롯해 당내 중진 인사들로부터 물러나라는 압력까지 받을 정도로 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김 위원장의 '영'(令)이 바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당내 상황은 김 위원장에게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 19일 김용태 조직강화특위위원장은 '대여 투쟁에 미온적인 인사', '반시장적 정책수립·입법 참여 인사', '20대 총선 진박공천 관여 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개입 및 방치·조장 인사', '당 분열 관련 책임 인사', '존재감과 활동이 미미한 영남권 다선 인사' 등 구체적인 인적청산 기준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도 "인적쇄신에 권한을 행사하겠다"며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예고하고 나섰다.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조강특위의 그물망을 빠져나와도 교체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분명히 권한을 행사해 당협위원장에 적절하지 않은 분들에 대한 별도의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회심의 카드였던 전 변호사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당내 비판이 잇따르자 인적쇄신 드라이브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구상은 곧바로 반발에 부딪혔다. 신당 창당을 고리로 비대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22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그간 해왔던 것들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좌절감의 표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당헌·당규를 거론하며 "(김 위원장에게) 직접 물갈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병준 비대위 출범 이후 목소리를 아껴온 친박계의 최근 행보다. 친박계는 '전원책 사태' 당시 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연일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보자. 정 전 의원은 숨죽이고 있던 친박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김병준 비대위의 힘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14일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그동안 간을 본 거예요. '이야, 저 사람 뭐할까', 뭐 하나 두고 봤더니 이제 지난 3개월 동안 하신 게 비전과 좌표 설정한다고 다니셨거든요. 그러니까 '아, 이제 별거 없구나' 이제 깔보는 거죠"라며 "제가 볼 때는 이제 파장 분위기예요, 비대위가"라고 김병준 비대위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한마디로 비대위 출범 초기 인적 쇄신에 과감히 나섰어야 했다는 비판이다.  


ⓒ 오마이뉴스


김병준 비대위의 곤궁한 처지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한국당 전직 원외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당 내부의 기대가 크게 무너졌다는 의미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홍준표 전 대표가 복귀한 것 역시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그리 반길만한 소식이 아니다. 최근 홍 전 대표는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 홍준표의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정계 복귀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홍 전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지 6개월도 안 돼 재등장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지지부진한 한국당 혁신이 홍 전 대표의 때이른 등장을 부추긴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인적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받아온 친박계가 당무감사 결과에 따라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조강특위가 제시한 인적쇄신 기준안을 놓고 이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영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친박계 중진의원들이 타겟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당은 고질적 병폐인 계파 갈등이 폭발하면서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내홍 속에 빠져들게 될 공산이 크다. 

계파 청산과 인적 쇄신에 김병준 비대위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김 위원장이 계파 갈등에 강력한 제동을 걸며 인적쇄신 과정에 정무적 판단을 할 수도 있음을 천명한 배경일 터다. 그러나 상황은 김 위원장의 인내를 '시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는 과연 칼을 휘두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의 시계가 점점 '끝'을 향해 가는 가운데, 최근 한국당에서 비대위 출범 이전의 모습들이 연거푸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을 "시험하지 말라"는 김 위원장의 일침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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