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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민투표법 개정 외면한 야3당..드루킹 특검에는 일사천리

지난 대선 당시 대선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던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습니다. 6월 개헌의 전제조건이었던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가 23일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7월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주 신고가 된 사람의 투표권만 인정했던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조속한 법개정을 촉구해온 이유입니다. 현행법으로는 재외국민투표용 선거인 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18일 더불어민주당에 보낸 '국민투표법 개정 최종시한 관련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6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4월 23일까지 공포되지 않으면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야는 6월 개헌을 위한 마지노선인 23일까지도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여야는 이날 국회 정상화와 국민투표법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논란과 '드루킹 사건' 등에 따른 국회 파행의 여파로 본회의조차 열지 못했습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6월 개헌이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극적인 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시기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 오마이뉴스


6월 개헌이 사실상 물건너가자 정치권을 향해 여론이 아주 따갑습니다. 그동안 개헌 논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소모적인 정치공방으로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자 국회를 향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는 2017년 1월부터 개헌특위를 가동시키며 개헌 논의에 고삐를 당겼습니다. 특히 19대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3당의 개헌 의지는 아주 뜨거웠습니다. 당시 3당은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며 '대선-개헌 국민투표'를 요구할 만큼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대선 이후 3당은 180도 돌변합니다. 집권에 실패하자 야3당이 서로 약속이나 한듯이 말을 바꾼 것입니다. 사생결단으로 개헌에 목을 매던 당시와는 달리 야3당은 개헌 논의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국회 개헌특위가 1년이 넘도록 공회전을 거듭해 온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이후 개헌 논의는 커다란 벽에 부딪혔습니다. 여야는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시기 등에서 크게 충돌했습니다. 여당은 4년 연임의 대통령 중심제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책임총리제를 골자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헌 시기 역시 여당은 대선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던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야의 대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개헌안을 발의한 이후에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을 '사회주의 개헌안'이라 반발했습니다. 국회를 무시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시기 등을 놓고 1년이 넘게 정치적 공방을 이어온 여야가 대통령 개헌안을 둘러싸고 또다시 격렬하게 맞부딪힌 것입니다. 

여기에 김기식 전 금감원장 논란과 '드루킹' 사건까지 터지면서 개헌논의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4월 임시국회는 아직까지 개점휴업 상태이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23일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마저 무산됐습니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정국이 6월 개헌을 반대해 온 야3당의 뜻대로 된 셈입니다. 


6월 개헌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게 된 책임이 여야 모두에게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개헌에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보다 두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는 개헌특위를 가동시킨지 1년이 넘도록 허송세월로 일관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각계의 비판이 국회로 향하는 본질적인 이유일 것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개헌의 당위를 강하게 역설하며 '대선-개헌 국민투표',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를 주창했던 야3당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개헌 관련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야3당의 정략적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 오마이뉴스



야3당이 23일 드루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과 국정조사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비난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입니다. 국민투표법 개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처리에 소극적이던 야3당이 특검법과 국정조사안에는 신속하게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4월 임시국회를 통해 처리해야 할 시급한 현안은 제쳐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까지만 해도 야3당은 개헌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대선-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한 것도,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 등이 개헌에 소극적이라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강하게 몰아 세웠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시 개헌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것처럼 핏대를 세웠던 야3당은 이제는 그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설 그대로입니다.

야3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한 정치적 이득을 도모해 보겠다는 심산입니다. 그러나 야3당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1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 따르면, 야당이 사회주의 개헌이라 맹폭했던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대해 "국회의 개헌 의지가 약하고 개헌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59.6%로, "야당에 개헌 무산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략적 시도이므로 반대한다"는 의견 28.7%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야3당이 전격 합의한 드루킹 사건 특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전국 성인 500명에게 "드루킹 사건을 검찰이 수사해야 하나, 특검을 도입해야 하나"라고 질문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자의 52.4%가 "검찰수사로 충분하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반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38.1%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개헌 및 드루킹 사건 등에 대한 여론의 동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야3당의 정치공세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함의이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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