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가짜뉴스? 외려 진짜 뉴스가 더 문제다

ⓒ 오마이뉴스


한달 전쯤의 일이다. 지난 3월13일 SNS에서는 뜬금 없이 '문재인 치매설'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치매에 걸려 정상적인 직무수행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치매설'을 유포한 이들은 문 전 대표가 진도 팽목항 방명록에 날짜를 잘못 기재했고, 치아가 많이 손상됐으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다리 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 등을 문제삼았다. 또한 그들은 문 후보가 눈을 감고있는 과거 방송 화면을 짜집기해 치매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글은 '가짜뉴스'인 것으로 판명됐다. 문 전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유포된 허위사실이었던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선거캠프인 '더문캠'이 배포한 '가짜뉴스' 사례집에 따르면, △문재인은 엘시티 비리 주범 △문재인 정부 예비내각 내정 △문재인 금괴 1000t 보유설 △문재인 JTBC 최순실 태블릿 조작 배후설 등 문 후보와 관련해 다수의 가짜뉴스가 유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탄핵 정국을 거치는 동안 주로 친박단체나 일베 등을 중심으로 유포됐던 가짜뉴스는 이제는 종이 신문의 형태로까지 진화한 상태다. 개중에는 제목이나 형식 등이 일반 기사와 흡사해 진짜 뉴스와 구별이 어려운 것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날조를 통한 사실의 왜곡, 특정인 흠집내기가 대부분이다. 

가짜뉴스가 범람할수록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여론이 왜곡·조작되기 십상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가 민의를 왜곡하고 건강한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범죄인 이유다. 그런데 이처럼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행태가 과연 가짜뉴스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일까? 진짜뉴스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2017년 대선 기간 동안 신문 방송 통신 포털 언론사 페이스북 등을 모니터하고 감시하기 위해 발족한 <2017년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4월1일에서 7일까지 모니터해  11일 발표한 '방송보도 양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사들은 대선 관련 보도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긍적적인 표현보다는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제목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당의 경우 불리한 표현은 40건이 사용됐고, 유리한 표현은 6건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불리한 표현은 14건이고, 유리한 표현은 4건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당의 경우는 불리한 표현이 20건, 유리한 표현은 15건으로 조사됐다.

<2017년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방송사의 방송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당이 유리하거나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제목의 사용이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편파·불리 제목에는 "문재인"의 이름이, 편파·유리 제목에는 "안철수"의 이름이 많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정적이거나 불리한 표현이 쓰인 경우에 단어로 "문재인"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홍준표"와 "안철수"는 9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긍적적이고 유리한 표현이 쓰인 경우는 "유승민"이 2회, "홍준표"와 "문재인"이 3회였던데 반해 "안철수"는 무려 14회나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송사가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하거나 불리하게 만드는 정파적 보도를 지향했다는 뜻이다. 공정성과 균형성 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방송 내용을 편성했다는 것은  MBC의 경우를 살펴보면 보다 이해가 쉽다. MBC는 4월3일 보도에서  <문재인은 누구인가, 대선 재도전하는 노무현 정권 2인자>라는 제목의 꼭지를 내보냈다. 반면 다음날인 4월4일 보도에서는 <의사에서 CEO, 정치인으로···안철수는 누구인가?>라는 꼭지를 내보내는 등 제목 구성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 보였다. 


대선관련 방송보도에서 정당별 제목의 편파경향 빈도 비교(최대 3개까지 중복체크, 4/1~4/7)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의 불공정성은 비단 방송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문 역시 매한가지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수매체인 데일리안은 4월12일 <안철수 '딸 재산공개 응답...문재인 '아들 채용의혹' 묵묵부답 일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자식 관련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그런데 데일리안은 누가 봐도 문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제목을 사용해 누리꾼들의 빈축을 샀다.

기사의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안 후보 측이 전날 공개한 내용 속에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빠져있었음에도 데일리안은 국민의당 측의 해명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데 기사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반면 문 후보의 경우에는 의혹을 부인하는 인터뷰 내용이 기사 말미에 잠깐 등장했을 뿐이다.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은 지난 2007년에 노동부 감사를 받은 사안으로 특혜 의혹을 뒷받침 할 명확한 증거와 관련 자료 등이 이미 폐기된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자료 보전기간이 경과해 관련 자료가 파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래저래 실체를 규명하기 힘든 사안에 정치 공방만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언론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관계의 규명보다 정치적 공방 자체에 함몰돼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심층보도를 통해 누가 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적합한 인물인가를 검증해야 할 언론이 외려 특정 정당과 후보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치공학적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고 공론 형성을 저해함은 물론 민의를 왜곡·조작한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김재철 사장 퇴진'과 'MBC 장악 진상 규명' 위한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 2010년 5월, MBC 보도부문 사원 252명은 '김재철, 황희만 선배께 드리는 글'에서 "스스로가 '기자'라고 불리기 시작하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의 편에 서고, 어떤 유혹과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자들에게만 허락된 이름, 그게 기자라고 배웠습니다"라고 적었다. 저 글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건 그들의 고백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터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다'라는 말이 있다.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명징한 정의일 것이다. 각종 유해 물질이 녹아있는 미세먼지가 인간의 건강을 크게 해치듯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언론은 사회공동체의 건강한 담론 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19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자들에게만 허락되었다는 이름 기자, 그 '기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 바람 언덕의 정치 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