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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의 지지율이 거품인 이유

ⓒ 오마이뉴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보면, 이번 대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의 양강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문 후보에 크게 밀리던 안 후보는 국민의당 전국순회경선의 압승을 바탕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갈 곳 없는 보수층이 전략적으로 안 후보에게 결집하고, 문 후보가 호소해온 적폐청산의 당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구속으로 상대적으로 엷어지며 중도층 일부가 돌아선 것도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이끈 주된 요인 중의 하나다. 

이에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양자구도 뿐만 아니라 다자구도에서도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은 수개월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던 문 후보 측을 긴장하게 만들며 대선 국면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속으로 끌고 가고 있다. 문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안 후보의 '대안론'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는 안 후보 캠프 분위기는 무척 고무된 분위기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안 후보의 지지율은 채 10%를 넘지 못했다. 문 후보는 물론 민주당 '빅3'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이제는 '이길 수 있다'는 강한 확신과 자신감이 묻어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이 확신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다.

안 후보의 상승세를 부정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문 후보 진영에서 대선 전략의 수정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와 연관이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0일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우리 스스로 낙관과    안위, 자만과 오만을 버리고 매일 매일 긴장하고 각성해야 한다. 결자와 헌신으로 더 낮게 더 겸손하게 더 치열하게 해 나가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직감한 듯 연신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그동안 혹시 '대세론'에 안주했다면, 정권교체 '당위론'에 안주했다면, 과감히 결별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강조했고,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대통령선거는 해보면 참 어려운 선거다. 열흘 전엔 낙관적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그만큼 무섭다는 뜻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이번 대선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안 후보의 상승세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의 여부다. 정치권에서는 요동치는 대선 레이스의 속성을 감안하면 두 세차례 정도의 위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안 후보의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불안한 조짐들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양강 구도가 형성되자 그동안 문 후보에게 집중됐던 공세가 안 후보에게도 쏟아지고 있다. 두 후보 진영의 기세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안 후보를 향한 홍준표·유승민 두 보수 후보들의 공세 또한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찍으면 홍준표가 되는 것이지 어떻게 해서 문재인이 된다고 하는지 개표과정에서 표 바꿔치기라도 한다는 것인지 참 그렇네요. 오히려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 상왕된다고 하는게 맞을 겁니다. 안철수 후보를 조종하는 분이 박지원씨이고 안은 박의 각본에 춤추는 인형에 불과하니까요. 어찌되었던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이 올라가면 보유주식의 값도 올라가니 좋기는 하겠습니다만 폭락할 때도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6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안된다는 생각과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밝히자, 같은날 홍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의 일부다. 홍 후보는 안 후보가 박 대표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날렸다. 그런가 하면 홍 후보는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좌파 2중대'라고 폄하하며 특유의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안 후보 비판 대열에 합류하기는 유 후보 역시 매한가지다. 대전·충청지역 공략을 위해 지난 10일 대전을 방문한 뒤 유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진보라고 생각한다. 저는 보수를 대표하고 싶다"며 "특히 그분들의 안보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 박지원, 호남의원들, 그런 분들과 저는 안보관이 매우 다르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대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동안 문 후보 한 사람에게 집중됐던 보수 진영의 공세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안 후보에게도 향하고 있는 모양새다. 보수층의 표심이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주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를 향한 보수 진영의 공세 전환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보수 진영이 안보 문제와 진영 논리로 안 후보와 국민의당을 향해 계속해서 공세를 펴나갈 경우 보수층의 표심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악재도 고민거리다. 지난 한 주 동안만 하더라도 '조폭 논란', '신천지 연루설' 등의 논란이 벌어진데 이어, 광주·전남·제주 지역 경선 과정에서 당 차원의 '차떼기 동원'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차떼기 동원' 의혹의 경우, 국민의당 간부 출신이자 현 전북도당 관계자가 개입한 사실이 밝혀지며 상대 진영으로부터 집중 공략을 받고 있는 상태다. 만약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후보는 커다란 내상을 입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딸 설희씨의 재산 관련 의혹을 비롯해서 안 후보 자신은 물론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를 둘러싼 특혜 임용 논란 등 가족 관련 의혹들도 불거지고 있다. 11일에는 유치원관련 공약이 문제가 돼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가 '단설유치원'과 '병설유치원'의 개념을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아직까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덩달아 검증의 강도 역시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선택지가 확실치 않은 보수층의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한 측면이 강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문 후보에 비해 절대적인 충성층이 엷은 안 후보가 보수층의 표심을 잡지 못한다면 현재의 추세를 계속 이어가기 힘들다는 뜻이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각종 악재들과 보수진영의 공세 전환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안 후보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안' 양자 대결을 꿈꾸는 안 후보 앞에 지금보다 더 혹독한 검증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험대에 오른 안 후보가 이 험난한 검증의 터널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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