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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이완구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운명을 달리하기 직전 그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했던 경향신문이 그 내용을 매일 조금씩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하루가 멀다 하고 이완구 총리와 관련된 내용들이 추가로 폭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14)는 성완종 전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완구 총리는 이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돈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총리직 사퇴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걸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풀린 경향신문 1면 엠바고에 의하면 2013년 4월 4일 오후 4시 30분, 이완구 부여 선거 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회장 측이 차에서 비타 500박스를 꺼내 이완구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기사가  폭로 되었습니다)


이완구 총리가 목숨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하게 금품수수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은그가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거나 그 반대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전 회장 간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결국 두사람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대개 거짓말은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조건반사로 행해진다는 것이 심리학의 정설입니다. 이를 토대로 저 두사람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죽음을 결심한 성완종 전 회장이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보다는 이완구 총리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완구 총리가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언행들을 거듭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언론에 보도되자 "성 전 회장은 19대 국회 당시 1년 반 동안 함께 의정활동을 한 것 이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관련보도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완구 총리의 해명이 나가자 성완종 전 회장의 측근들이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들은 "두사람은 DJP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였다"며 이완구 총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던 이완구 총리의 해명 보도가 나간 이후 두 사람의 친분을 나타내는 증거자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완구 총리와 성완종 전 회장이 각종 행사장에서 함께 있는 사진들이 공개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상황이 급반전되었습니다.



이완구 총리의 주장과는 달리 두 사람은 여러 차례에 걸쳐 각종 행사장에서 개인적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그들은 세종시 정부청사를 나란히 시찰하기도 했고, 새누리당 선거유세를 함께 다니기도 했으며, 이완구 총리의 출판기념회에서 친분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 친분이 없다면 저 두사람이 저렇게 자주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목격될 이유가 없습니다.


어제 JTBC 뉴스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달까지 성완종 전 회장이 만난 사람의 목록을 모두 기록해 놓은 다이어리를 공개했습니다. 다이어리의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두사람은 지난 1년 반 동안 23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3'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는 이완구 총리의 주장을 뒤엎기에 충분한 숫자입니다.

이완구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진행된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거짓말을 해서 빈축을 샀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새누리당 친박 인사들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건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친박 인사들의 당시 역할에 대해 묻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그는 이날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2012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느냐"고 질의하자, "2012 1 12일 경에 보도된 대로 혈액암으로 해서 1월 초순 경에 병원에 입원해 가지고 그해 말까지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고 있어서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12월 대선에도 관여하지 못했다. 1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는 달랐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완구 총리는 새누리당 명예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11 27일 대전역 광장, 이튿날 천안시 신세계 백화점 앞, 12 7일 천안시 아우내장터, 12 10일 충남 부여 전통시장, 12 17일 천안시 쌍용동 이마트 천암점 등에서 박근혜 후보 지원 유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치매가 온 것이 아니라면 이완구 총리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이완구 총리는 총리인준을 위한 청문회에서도 잦은 말바꾸기와 거듭된 거짓말로 국민들로부터 깊은 불신을 받았습니다. 특히 언론사 외압 의혹에 대한 야당의 거센 추궁에 이를 완강히 부인하다 야당이 녹취록을 공개하자, "현재 제 마음이, 기억 상태가 조금 정상적이지 못하다. 3일째 수면을 취하지 못해 정신이 혼미했다"는 어이없는 해명으로 국민들의 장탄식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는 이완구 총리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보는 관점에 따라,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총리 임명 즈음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이완구 총리의 거짓말과 말바꾸기가 '신뢰' 보다는 엄청난 '불신'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여당 내부에서도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총리에 대한 '직무정지론'까지 등장했습니다.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에서 등장한 '직무정지론'은 이완구 총리가 처해있는 위기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새누리당이 격론 끝에 어제 '직무유지'로 입장을 정리하기는 했지만 이완구 총리를 두고 끊임없는 내부 충돌이 터져 나올 수 밖에는 없는 입장입니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조금 더 두고 봐야 겠지만 현직 총리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열리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였습니다필자는 어제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있는 정치인들 중 홍준표 경남지사가 가장 유력한, 그리고 유일한 사정 대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판단은 조금 유보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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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목숨을 던져가며 열어 제낀 이 상자는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가 남긴 육성파일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들은 세상에 다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것들을 두려워 해야 할 사람들이 아직 더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듯 고인이 된 성완종 전 회장이 부정하고 부패한, 살아있는 권력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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