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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못한 박근혜 정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남미 순방길에 앞서 진도 팽목항을 전격적으로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당일 아침까지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모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었습니다. 이는  대통령의 남미순방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그리고 '성완종 게이트'  둘러싸고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청와대의 결단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기획한 이번 깜짝 방문은 아무런 극적 효과도 연출해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실패한 정치적 퍼포먼스입니다.





대통령은 이날 팽목항에 설치되어 있는 임시 분향소를 찾아 헌화분향하고 희생자 실종자 유가족들을 위로할 계획이었습니다. 청와대의 기획과 연출 의도가 맞아 떨어졌더라면 대통령은 한결 홀가분하게 남미 순방 길에 오를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나 버렸습니다청와대가 곤경에 빠진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에만 신경을  나머지 정작 유가족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분향소를 폐쇄하고 곳을 떠나버렸습니다. 청와대의 계획대로라면 유가족들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방문을 감격해마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유가족들은 진정성없는 세월호 진상규명 절차와 너덜너덜해진 특별법 시행령안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뜬금없는 방문은 오히려 '긁어 부스럼' 가깝습니다.

대통령은 이날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이 없는 가운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속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9명의 실종자들과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온다"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 알고 있고, 아픔이 지워지지도 않고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삶을 통해 느껴왔다"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필자는 대통령이 9명의 실종자들과 가족에 대해 가슴이 저미는 심정을 실제로 느끼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바랍니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그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1 동안 보여준 모습들을 돌이켜 본다면 대통령의 표현은 급조된 수사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구심이 생길 밖에 없습니다. 1 동안 아무런 관심조차 두지 않다가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급등하자 갑자기 생기는 측은지심이란 아무래도 설정 티가 너무 납니다. 가슴에 수천 수만의 대못들을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이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그래서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 조문객은 대통령 말고도 있었습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정치인 중의 사람인 이완구 총리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그는 어제 오전 845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방문했습니다. 역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원래 예정에 없는 전격적인 방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유가족들의 제지로 문전박대를 당한 30 만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이완구 총리 역시 유가족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까닭에 체면을 구길 밖에는 없었습니다.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가 유가족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의 조문 속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심은 어디서나 이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진심은 평소의 언행들이 축적된 결과로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해지는 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 그리고 정부여당은 지난 1 동안 정말 못할 , 해서는 안되는 등을 골고루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전격적인 팽목항 방문과 이완구 총리의 예정에 없던 안산 합동분향소 방문은 유가족들과 저들 사이의 엄청난 괴리감만 확인시켜 주는 어색한 만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일반시민들은 물론이고 정치인, 연예인, 방송인, 스포츠 스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사고 이후부터 이날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마음을 보여 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변치않는 일관성이야말로 진심을 전달하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가 새겨봐야 모습들입니다.


어제 박지성 선수가 몸담았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해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맨유는 어제 한글판 홈페이지 화면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게시하고 세월호를 추모하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맨유는 "1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건 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2014 4 16 세월호는 476명의 승객을 태웠고, 공식적으로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여전히 실종되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든 구성원은 세월호 사건으로 슬픔에 빠진 모든 분들과 마음을 함께 합니. 여전히 세월호를 기다립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아파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과 유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 맨유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필자는 어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세월호 1주기 행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우리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을 포스팅했습니다. 만리 떨어져 있는 낯선 이방인의 눈에 조차 세월호 참사가 잊을 없는 압도적인 비극이자 재앙으로 비춰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태도는 참으로 약속하고 무정하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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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를 맞아 이를 진심으로 추모하고 있는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과 이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믿고 싶지 않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싫지만 우리 정부가 (적어도 세월호 문제에 만큼은) 맨체스터 유나이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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