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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1대 국회..언론개혁에 목숨을 걸어라

ⓒ YTN

 

일요일이나 월요일 저녁이면 아이들과 함께 동물농장을 시청한다. 이번주 첫번째 에피소드는 불암산 정상에 살고 있다는 유기견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 녀석은 어떻게 2년 동안 그런 곳에서 버텨낼 수 있었을까. 제작진도 의아해했고, 나도 그랬다.

이유는 곧 밝혀졌는데, 역시나 매일같이 먹이와 물을 챙겨주는 한 아주머니의 열성 어린 돌봄과 보살핌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불암산 정상은 온통 바위 투성이로 이루어져 있다. 먹을 것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서식 조건이 아주 고약한 곳이다. 게다가 그 녀석은 사람의 손길을 탔던 작고 연약한 반려견.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견뎌내기 어려웠으리라. 

아주머니가 참 대단해 보이는 건 그 녀석을 위해 매일 같이 산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최단 코스로 올라도 1시간 30분은 족히 가야 하는 길이다. 산행만 왕복 세 시간, 어지간한 정성과 마음이 아니면 힘든 일일 터. 아주머니는 그 고된 걸음을 매일 같이 해오고 있었다.

강아지를 얼마나 사랑하면 그럴 수 있을까. 지켜보던 아내와 나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그마치 2년 동안 강아지 밥과 물을 챙겨주기 위해 매일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니. 범인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열정이요, 정성이며, 사랑이다.

하지만 이 훈훈하고 따뜻한 미담도 기레기가 개입하면 전혀 다른 잔혹극으로 둔갑하게 된다.기레기의 표적이 되는 순간 힘든 산길을 오르내리며 지극 정성으로 유기견을 돌보았던 아주머니의 2년의 행적은 졸지에 누더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의 일거수 일투족은 먼지 털듯 탈탈 털릴 터이고, 기레기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사돈의 팔촌까지 모조리 훓고 다닐 것이다. 행여 남편이 보신탕을 좋아하기라도 한다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보신탕 즐기는 남편, 유기견에 접근한 이유 따로 있었나..".

유기견 몫의 사료를 까마귀가 훔쳐먹던 장면 역시 이렇게 왜곡시킬 수 있다. "사료 훔쳐먹는 까마귀, 아주머니는 수수방관만...". 어디 이뿐인가. 사료구입 비용 검증을 위해서라며 2년 치 영수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집 구매 내역이며 이웃과의 관계, 평소 행실이나 학생기록부 등 관련 내용과 상관없는 기사들로 지면을 도배할 수도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유기견을 도와준 것 뿐인데, 아주머니의 선의가 왜곡되고 갈갈이 찢겨나가는 것이다.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고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레기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 족속들이다.

실제 그렇지 않은가. 기레기가 왜곡하면 누구라도 순식간에 표창장 위조범이 돼 버린다. 회계상 실수가 회계부정으로 둔갑한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수년 동안 건물관리를 해온 아버지는 졸지에 친인척 채용비리의 당사자가 된다. 

해명을 한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 확인되지도 않은 수많은 의혹들이 마구잡이로 제기되고, 의혹은 사실이 되며, 급기야 범죄자가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당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그렇게 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윤미향 당선자의 차례다.

2년도 대단한데 무려 30년 동안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의, 젊음과 청춘을 바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온 이의, 가해자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 그 긴 세월 피해자를 대신해 싸우고 세상에 알려온 이의 헌신과 열정이 무너지는 건 이처럼 한순간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갈기갈기 너덜너덜 찢겨져 나가는 것이다.

오늘(29일) 오랜 침묵을 깨고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연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어떤 말을 한다해도 뭐가 달라질까 싶다. 일전에 언급한 것처럼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자들에게는, 윤미향을 죽이기로 작심한 이들에게는 누군가의 해명과 사과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한명숙, 김기식, 조국, 그리고 윤미향. 타켓이 바뀔 뿐 저들의 저열한 인식과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오보를 내든,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언론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일 터다.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극악무도한 인격 테러를 막으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21대 국회 최대의 과제가 언론개혁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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