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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상진 위원장의 커밍아웃이 의미하는 것


ⓒ 오마이뉴스


기억이 맞다면 '참배 정치'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아마 지난 대선 무렵이었을 것이다. 당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서로 경쟁하듯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 이후 유력 정치인이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정치인이 전직 대통령을 참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거목들 앞에서 정치적 결의를 굳건히 세우기 위함이며, 다른 하나는 유권자들을 의식해서다. 전자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내적인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후자는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세 후보는 모두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당시 언론은 세 후보가 누구를 참배했느냐를 두고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에 분주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했고, 문재인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했다. 대신 그는 일반 사병의 묘역에 참배해 눈길을 끌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참배는 때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념과 지역, 계층과 세대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았다가 논란에 휩싸였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문 대표는 국민 통합과 중도층을 포용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로 두 전직 대통령을 참배했다가 당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바 있다.


ⓒ 연합뉴스


어제는 신당 창당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참배 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당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안철수 의원과 함께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다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상진 위원장이 촉발시킨 이승만 국부 논란은 대단히 흥미롭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새누리당이나 뉴라이트의 일관된 입장으로 야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논란이 거세지자 당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상진 위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국부 논란의 파장은 쉽게 가라 앉지 않고 있다.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공학적 퍼포먼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당의 정체성 및 정치 노선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부분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문 대표의 참배 논란과 한상진 위원장의 국부 논란은 차원 자체가 다르다. 문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확장을 위해 논란을 무릅쓰고 참배를 한 것이라면, 한상진 위원장은 거기에 더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진짜 국부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인식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삼는다면 1948년 건국이 정당성을 얻게 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법통을 인정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는 뉴라이트의 수구적 역사관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인식이 아닐 수 없다.


ⓒ 구글이미지 검색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의원 역시 한상진 위원장과 비슷한 역사관을 지니고 있다. 각종 정치적 현안에 양비론에 입각한 중립적 입장을 표명해 왔던 그는 지난 2013 8.15 광복절을 건국 65주년으로 표현해 야권 지지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알려진대로 한상진 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의 멘토다. 이번 논란으로 저 두 사람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한상진 의원의 커밍아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커 보인다. 안철수 의원을 따라 다니던 정체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며,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선택지를 좁힐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새누리당과 수구 보수세력들이었다. 이번 논란으로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에게 쏠려있던 의혹들이 아주 명확해졌다. 당신이 야권 성향의 유권자라면 반드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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