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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하루 새 지진 6번, 원전은 진짜 괜찮은 걸까?

ⓒ 매일경제


지난해 12월7일 개봉해 500만명에 가까운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 '판도라'는 재난 블럭버스터입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개봉하자마자 세간의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영화의 소재와 내용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데다가, 시의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판도라'는 원자력 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 영화입니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가 모티브이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별 원자력 발전소'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판도라'는 픽션같은 '논픽션' 영화입니다. 영화의 소재와 배경, 그 내용까지 우리나라의 현실과 아주 흡사합니다. 국가재난 상황임에도 아무런 대책과 방법이 없는 무능한 정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기하는 무책임한 정부, 국민의 알권리를  통제하며 진실을 은폐하는 정부의 모습은 마치 박근혜 정부의 데자뷰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원전사고가 발생한다는 설정 역시 우리나라의 원전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른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총 25기의 원전이 고리, 월성, 한울, 한빛 원전 단지에 집약돼 있습니다. 원전이 밀집해 있는 탓에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치명적인 대재앙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난 2014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국회에 제출한 '원전밀집도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밀집도는 0.207로 원전을 10기 이상 보유한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미국(0.01)에 비해 무려 20배나 높은 수준이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일본(0.112)보다도 2배나 높습니다. 그마저도 원전이 25기로 늘어난 현재는 밀집도가 0.282로 더욱 높아졌습니다.

개별 단지별 원전밀집도는 그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합니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개별 단지별 원전밀집도 부분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경우 단지별 평균 원전 개수는 2.4개에 불과하고 원전이 6기 이상 밀집된 초대형 원전 단지 역시 11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개의 원전 단지 모두가 원전 6개 이상의 초대형 단지들이며, 규모면에서도 4개 단지 모두 10위권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세계 초대형 원전 단지의 약 36%가 우리나라에 위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원전 인근 30km 이내에 살고 있는 인구수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1위라는 점입니다. 특히 부산, 울산, 양산을 끼고 있는 고리 원전은 인근 30km 내의 인구만 해도 무려 380만명에 달합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약 17만명)과 비교하면 무려 22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일본 경찰 통계, 약 1만8520명)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상당수가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는 2025년이면 설계수명이 다하는 원전만 해도 무려 12기에 이릅니다. 이는 국내 원전의 절반 가량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원안위는 지난 2015년 2월, 1982년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10년 연장을 허가했습니다. 원전의 안전성과 위험성 문제보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한 결과입니다. 


ⓒ 오마이뉴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가 '탈원전'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원전 확대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이해타산이 결집된 경제논리가 원전 사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탓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2012년 불거진 원전 비리 사건이야말로 원전 사업의 실체를 보여주는 비근한 예일 것입니다. 정치권과 원전 당국, 재계와 학계 등이 견고한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고, 그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 속에서 법과 원칙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을 편법을 동원해 연장시키고,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부품이 무더기로 납품되고, 원전 가동 중 발생한 사고가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원전 마피아'라 불리는 이익공동체가 원전 정책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원전 산업 전반에 걸쳐 깊숙히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난 5일 오전 7시52분 경주시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은 6일 오전 6시21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강원 동해시와 전북 부안군 해역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특히 동해시 인근 해역에서는 5일 오전 9시18분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규모 2.4~2.1의 여진이 이어지며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하루 사이에 지진이 연달아 발생한 것은 처음있는 일입니다.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한반도에서의 지진 빈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기상청의 지진발생 빈도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규모 2.0 이상의 지진 발생 횟수는 총 37회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 1999년~2015년 사이에 발생한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인 47.6회의 80%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아직 1/4분기인 점을 감안하면 지진 발생 횟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합니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환기시켜 줍니다. 지진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던 경주 지진 이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진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응체제 구축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점점 빈번해지고 있는 지진 문제는 우리나라의 위험천만한 원전 상황과 맞물려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입니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빗발치고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에서도 "안전하다", "원전 만큼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원전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세월호 참사와 경주 지진을 경험하고서도 그들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대책은 없습니다"


영화 '판도라'에서 사고 수습책을 묻는 질문에 대한 관계자의 답입니다. 하루 사이에 지진이 6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세계의 여러 단체에서 우리나라의 원전 밀집도와 원전 환경에 우려를 표하며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300명의 목숨도 구해내지 못한 국가가 과연 수백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지 국민의 불안과 걱정은 점점 늘어갑니다.  원전, 정말 괜찮은 겁니까? 안전한 겁니까? 이제 국가가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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