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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홍준표의 막말, 지극히 위험해 보이는 이유

ⓒ 오마이뉴스


홍준표 경남지사의 2월 28일 발언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홍 지사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갖었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오찬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시간에 터져나왔습니다. 홍 지사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 대선 출마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를 엮어 막말을 쏟아낸 것입니다.

홍 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가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바로 옆에 있던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대통령) 감이 안 된다"며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안 지사를 향해서도 "2등 하는 사람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라고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의 요지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홍 지사의 대선 출마의 적절성 여부였습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전혀 엉뚱하게도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그리고 안 지사를 끌어들였습니다.

문제는 홍 지사의 이날 발언이 대단히 악의적인 의도에서 나온 정치적 수사라는 사실입니다. 홍 지사가 왜곡된 사실을 바탕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히 홍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을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 표현한 것은 사자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포괄적 뇌물죄에 대해 검찰이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대가성 또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연차 회장 역시 노 전 대통령 가족에게 금전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라고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당시 검찰의 수사에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검찰은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을 깨고 수사 상황을 언론에 실시간으로 흘리면서 노골적인 망신주기 수사를 벌였습니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조차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며 검찰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비판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홍 지사는 검찰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포괄적 뇌물죄 혐의 하나만으로 노 전 대통령을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매도해 버렸습니다.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표적수사했던 정치적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채 저열한 왜곡과 음해를 늘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논리라면 돈을 준 사람이 대가성을 인정하고 있고,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황이 한 두가지가 아닌 홍 지사의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홍 지사는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2심 재판부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홍 지사가 1심에서 1년 6개월의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점, 2심 재판부(이상주 부장판사)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도 1심의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피고인 신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홍 지사의 처지를 감안하면 참으로 부적절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발언입니다.


ⓒ 오마이뉴스


홍 지사는 대중 선동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입니다. 이번 발언이 나온 배경도 그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홍 지사가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안 지사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자신을 향한 도덕성 논란을 외부의 적들에게 전가하면서 본질을 비켜가려는 전형적인 마타도어의 일환입니다. 쉽게 말해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속셈인 것입니다.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대량생산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대중은 왜곡된 정보에 대단히 취약합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작심하고 양산해 낸 뻔한 거짓말에도 쉽게 휘둘리거나 흔들리기 십상입니다. 홍 지사의 이번 막말 논란도 같은 맥락입니다. 논란이 거세진다고 해서 홍 지사가 잃을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중의 머리 속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여부가 아닌,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안 지사의 도덕성 문제가 각인될 뿐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사라지고 이미지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것입니다.

우파 시장주의지인 홍 지사는 선동가적 기질이 탁월한 정치인입니다. 그는 눈엣가시 같던 진주의료원과 무상급식도 저와 같은 방법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습니다. 잘못된 정보와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왜곡·포장하면서 사회를 양분시키고, 대중의 분노와 증오가 가상의 적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했던 홍 지사의 악랄한 날조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한 인간의 됨됨이를 정말 시험해 보려거든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이 남긴 말입니다. 권력과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꽤뚫고 있는 시대의 명언입니다. 권력은 그만큼 무섭습니다. 밑바닥 깊숙이 가라앉아있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밀어올리는가 하면, 추악하고 저열한 내면의 본성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한편으로 권력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의사의 손에 들린 칼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살리는 유용한 도구가 되지만, 그 칼이 강도의 손에 쥐어지면 사람을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흉기로 돌변하는 것과 같습니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쥐 죽은 듯 조용했던 홍 지사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마자 마음 속에 담아뒀던, 속이 빤히 드러나보이는 정치적 발언들을 거침 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링컨이 남긴 경구의 의미를 홍 지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 지사의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가 막막을 쏟아내는 것은 그것을 통해 얻을 정치적 이득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역시 의도적으로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의 무죄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정적의 도덕성을 깍아 내리는 양수겸장의 카드인 셈입니다. 


그러나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또한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습니다. 상고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했던 말들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게 될 지도 모릅니다. 홍 지사의 막말이 대단히 부적절하고 위험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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