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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코로나 총공세 펴는 통합당, 메르스 때는 어땠나 보니...

ⓒ 한국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30번째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악화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정부 당국은 철저한 출입국 관리와 확진자에 대한 면밀한 동선 파악, 체계적인 방역과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차단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확진자가 속출하던 중국 및 일본과 달리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습니다.

주요 외신들도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태세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극우성향인 일본 산케이신문조차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주재 객원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대응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18일 31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신도였던 이 환자가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예배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죠. 좁은 공간에 다수가 밀집해 예배를 보는 신천지의 특징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습니다.

'이단'으로 취급받는 신천지는 신도들이 신분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접촉자와의 동선을 파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셈이죠. 더욱이 신천지는 선교를 위해 '위장 카페'나 '위장 교회'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천지 신도들이 신분을 숨기고 활동할 경우 방역체계가 뚫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18일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부 당국과 의료기관, 시민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26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1046명에 달합니다.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열흘 만에 1000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전파성이 아주 강한 신종 바이러스입니다. 감염 속도가 빠를 뿐더러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시민들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됩니다. 대응 메뉴얼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상호 협조하면서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는 잇따른 거짓말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신분과 동선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감염예방업무를 총괄하던 모 팀장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고 20일까지 보건소 직원들과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정상 근무를 했습니다. 그는 신천지 신도 명단이 대구시에 전달되자 그제서야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검사를 받았고,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신천지 신도에 의한 감염이 언론에 공개된 상황이라면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한편 보건당국에 검사를 요청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천지 명단이 전달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했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습니다. 결국 그와 함께 근무하던 동료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보건소 역시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신천지 교단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신천지가 코로나19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주목을 받자 대구교회는 텔레그렘 공지를 통해 신도의 소속이 드러난 경우 "그날 예배에 안갔다",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렸다"라고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예배 참석 사실을 은폐하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신천지는 언론 기사에 댓글을 달고 추천과 비추천을 누르도록 공지하는 등 여론 조작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23일에는 유튜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신천지예수교회와 성도들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신천지 측의 반응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신천지 교단과 교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비단 신천지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은 26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 집회를 강행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종교계가 예배와 미사, 법회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등  정부 당국의 요청에 협조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태입니다.

범투본은 이날 평소처럼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전파력을 감안하면 대규모 집회나 모임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범투본을 이끌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연합회 총회장은 되레 광화문 광장에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대규모 집회를 선동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강조하며 정치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입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 후 "봉쇄를 해야 할 것은 대구가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그런 분들에 대해서 봉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방역 실패로 국민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통합당은 정부의 방역 실패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며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사태가 악화된 것과 관련해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에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과 메뉴얼을 면밀히 점검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국가적 통제만으로 완전히 봉쇄될 수 없습니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물론이고 병원, 보건소, 학교 등 기관과 시민 사이에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정부 지침과 통제에 따르고 긴밀히 소통하면서 위기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신천지 교단과 신도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신분과 동선을 속이는 등 정부 당국의 방역관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기독교 단체와 보수단체로 구성된 범투본은 감염을 우려한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장외 투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통합당은 정부의 뒷북 대응을 부각시키며 정치공세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국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지 37일 만인 26일에서야 이른바 '코로나 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통합당의 논리대로라면 그들 역시 늦장 대응을 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데 일조한 것이 되는데도 말이죠.

관련해 황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중국발 입국을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것이 거의 유일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궁금합니다. 중국인 입국 금지가 유일한 대책이라는 통합당이 코로나19에 대해 과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정부는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습니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 의료·보건기관, 시민이 힘을 합쳐 코로나19의 방역과 차단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시키고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화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비상 시국입니다. 통합당도 이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새누리당(현 통합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2015년 6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와 6월 5일 당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의 발언입니다.

"위중한 시기에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정치적 공방에 몰두한다면 국민적 분노와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영원히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여야 모두 서로에게 날 선 공방이나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대변인들은 실행에 옮겨야 한다."

"메르스 사태로 국가 비상사태다. 이럴 때일수록 당정청과 여야는 초당적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협력해 국민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국민 불신만 초래하는 일체의 정쟁은 당분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

2015년의 새누리당이 2020년 통합당에게 건네는 '전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승전-문재인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정치공방을 잠시 멈춰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