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운용과 국정철학을 상징하는 아젠다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을 위한 경제전략의 하나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고 국민에게 줄기차게 어필해 왔습니다. 이 중 '경제민주화'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용도폐기되었지만 '창조경제'는 정부의 경제 아젠다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가 도대체 뭡니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인사 및 관료들은 '창조경제'의 개념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땀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창조경제'가 지금껏 누구도 언급을 하지 않았던 생소한 용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제학 서적에도 나와 있지 않은 신개념을 설명하자니 고욕도 이런 고욕이 또 없습니다. 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뼈대만 덩그러니 제시된 '창조경제'에 살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리하겠다는
자들의 말이 하나같이 다 제각각입니다. 이 사람 말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다릅니다. 하나하나 말을 들어보면 다 그럴 듯 한데, "그래서 창조경제가 뭐냐고요"라고 물으면 또 다시 이 사람 말이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개념정립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입니다. 누구도 '창조경제'의 개념을 명쾌하게 정립할 수 없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죠.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접어든 지금이라고 사정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창조경제'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창조경제가 도대체 뭡니까"라는 동일한 질문에 그 누구도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합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이완구 청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도 다르게 형상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실로 간단합니다.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그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 적이 없는 개념이 한 국가의 경제정책의 최상 위에 놓여있다는 건 대단히 기이한 일입니다. 참 모질고도
질긴 생명력입니다.
최근 중동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무역투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중동순방 이후 박 대통령은 중동예찬론자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제2의 중동붐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역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날도 3시간에 걸쳐 우리기업의 중동 진출을 적극 종용했습니다.
중동진출은 "하늘의 메시지"라는 표현까지 섞어가며 중동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청년세대들의
중동진출을 적극 추진해야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녀는 "청년 일자리 해결이 얼마나 화급한 일인가. 그런데 국내에만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며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 보라.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청년세대들을 중동으로 진출시킬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맞습니다. 위기에는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면, 그래서 서민경제와 청년세대의 현실이 나아질 수 있다면 중동이
문제가 아니라 아프리카 오지나 혹한의 시베리아에라도 달려가야 합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박 대통령의 중동행 제의에 우리 젊은세대들은 뜬끔없다며 황당해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동진출을 하라"는 박 대통령의 제안이 정작 이해당사자들인 청년세대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대통령의 인식이 서두에 언급한 '창조경제'와 마찬가지로 뜬구름잡는 허황된 이야기로 비춰지기 때문입니다. 구체성이 결여된 채 청년문제의 핵심을 비켜나 있으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요.
"가서 뭘 하라는 말입니까", "중동국가들의 전략사업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일치한다는데
도대체 그것이 뭡니까", "핵심인력 빼면 대부분 현지인들이 고용될텐데, 중동진출이 정말 이 시대 청년들을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권장할만한 사안입니까"라는
젊은세대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과 정부는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물론 제2의 중동붐을 청년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연결하려는 박 대통령의 마음은 십분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인식에는
'무엇을'과 '어떻게'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지극히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나이브'한 발상이라는 것이지요. 아직 확실치 않는 제2의 중동붐을 "하늘의 메시지"라는 표현까지 섞어가며 청년세대의
중동진출을 종용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등을 떠미는 것은 것으로 밖에는 보이질 않습니다.
박 대통령이
일찌기 "다 이루었노라"며 과감히 폐기시켰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원안대로 확실히
지키기만 했어도 청년세대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절반은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청년세대를 위한 박 대통령의 중동예찬은 번지수를 잘 못 찾아도 한참은 잘 못 찾은 셈입니다.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고 있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청년세대들이 못 알아볼 리가 없습니다. 그들은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날카롭습니다. 그들은 박 대통령의 뜬금없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속내를 털어 놓습니다. 당신이 가랍니다, 그곳에. 당신이, 그리고 고위층의 자녀들이 선발대로 먼저 가랍니다. 통렬합니다. 그리고 아픕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지독한 냉소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요.
이 지독한 냉소의 기저에는 박 대통령과 정치권, 이 나라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지독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빠져있는 말 뿐인 행동은 이렇듯 어디서나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지금, 이 땅의 청년세대들은 아주 화가 많이 나 있습니다.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청년세대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저들의 냉소는 이내 반발로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저항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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