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사고는 전세계에 원자력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는 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해체 비용과 기술적 문제, 그리고 정치계, 경제계, 학계 등에 두텁게 포진하고 있던 원전옹호론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 자원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원전옹호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 불안하고 위험한 동거를 더 이상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인류의 생명과
안전, 미래를 위해서 이 위험천만한 괴물을 더 이상
존속시켜서는 안된다는 전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노후한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점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는 프로세스를 가동시켰습니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미국, 캐나다 등에서 원전의 폐쇄와
감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원전의 신규 건설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국가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물론
프랑스와 영국처럼 기존의 원전시스템을 고수하려는 국가들도 있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전략적으로 원전을 증축하려는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의 기류가 대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독일은
가장 적극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난 2011년 5월 30일 뢰트겐 독일 연방환경부장관은 오는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할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뢰트겐 총리는 이 결정이 수정과 변경이
불가능한 '최종적'인 결정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RWE 등 에너지 대기업들의 반대와 정치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원전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국민여론과 원자력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원전의 완전 가동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물론 2022년까지 원전을 완전 폐쇄하겠다는 독일의 계획이 현실화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독일 내의 전력수급이 악화되고 있고, 에너지 기업과 관련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원전만한
에너지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다시 원전 가동으로 에너지 정책이 유턴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지난 2012년에 한파에 따른 전력난을
이유로 가동을 멈춘 8기의 원전 중 5기를 재가동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와 같은 대내외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대체할 신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를
적극 추진하면서 원안대로 원전의 폐쇄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필자는
몇일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내각을 이끌었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울산과 경주를 방문해 한국의 원자력발전에 대해 충고했던 일화를 포스팅했었습니다. 그 글에서 간 나오토
전 총리는 "대도시와 인접해 있는 한국의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득권 때문"이라며 "원전 관련 학자와
기업들이 거대한 돈의 흐름 속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고, 그것이 원전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계와
재계 및 학계에 걸쳐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는 원전 카르텔(다른 표현으로는 원전 마피아)의 적나라한 민낯을 그는 직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련글 ▶ 원전에 대한 전 일본 총리의 무서운 경고 (클릭)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어제(24일) 아주 무시무시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지난 2월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날치기로 수명연장을
결정한 월성1호기와 2•3•4호기, 신월성 1•2호기를 끼고 있는 마을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섬뜩한 내용의 기사입니다. '죽음의 마을, 국밥집은 간암, 마트 아줌마는 유방암'이라는 기사의 제목이 무척이나 끔찍합니다.(기사보기)
기사 내용처럼
이 지역 주민들은 '암'이라는 무서운 질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갑상선암, 백혈병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질병들이 마을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원전을 끼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다수가 암에 걸렸다면 그 원인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렇습니다. 질병의
원인이 방사능이라는 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 만큼이나 명징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이 진실을 알기까지 무려 수 천년이 걸려야 했던 것처럼, 저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 방사능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마을 주민들은 거대한 편견과 왜곡, 기득권의 방어논리에 맞서 싸워야만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질기고도 모진 법정소송 중에 있습니다. 현재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한수원을 상대로 갑상선암 집단 소송에 참가하고 있는 월성원전 인근 주민은 무려 83명에
달합니다. 그나마 이마저도 갑상선암이 원전과의 상관관계를 인정받은 판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백혈병 등은 어디가서 하소연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가 비켜나 있는 것입니다. 원전으로 인해 건강과 생명까지 잃어야 했던 마을 주민들에게 남은 것은 한숨과 원망, 그리고 정부에 대한 지독한 분노와 증오 뿐입니다.
이는 정치권과
재계, 학계 등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있는 원전마피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직언처럼 그들은 기득권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핵폭탄을 가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에는 정부와 여당측 인사가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와 집권여당
역시 원전을 둘러싼 거대한 카르텔의 한 축이라는 의미입니다.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서 내세우고 있는 명분인 경제성과 효율성의 이면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인간의 탐욕과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놓여 있습니다. 저들에게는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고작 돈과 권력입니다. 끔찍하고 추악하기가 이를 데가 없습니다. 필자는
선혈이 낭자하는 B급 호러물과 원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끔찍한 광경 중 누가 더 공포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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