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촉발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의 후폭풍이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옮겨 붙을 기세다. 검찰이 이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언론 등에서도 이 문제를 조명하는 기사를 연달아 내보내는 등 나 원내대표의 입장이 갈수록 나처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JTBC는 나경원 딸 입학 당시 면접을 본 이병우 전 성신여대 교수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꼭지를 몇 차례 내보냈다. JTBC는 나경원 딸이 2012년 입학하는 과정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MBC와 SBS 역시 18일 나경원 아들과 딸이 받고있는 의혹을 다시 한 번 거론했다.
이날 MBC는 연구물 포스터 제1저자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나경원 아들이 또다른 연구 포스터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엄마의 부탁으로 2014년 서울대 실험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나경원의 아들은 논란이 된 포스터 연구 외에 다른 연구에도 참여한 사실이 드라났고, 또 다른 포스터에 제4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 역시 확인됐다.
문제는 나경원 아들에게 연구에 참여할 자격 자체가 없었다는 것. 해당 연구의 자격조건은 국적 제한은 없지만 반드시 국내에 있는 기관 근무자여야 하고, 과제 착수시 국내 소재 기관에 상근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나경원의 아들은 연구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포스터에는 나경원 아들이 서울대 대학원 소속 연구원인 것처럼 표기돼 있다. MBC는 또 이 포스터의 두 번째 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윤 모 박사가 수개월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논문 내용과 문장과 단어 배열이 나경원 아들 것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그가 연구에 '무임승차'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SBS 역시 이날 성신여대 전 총장의 인터뷰를 전하며 지난 2012년 나경원이 성신여대 특강을 한 다음 달에 석연찮은 과정을 거쳐 없던 전형이 생겨났고, 실기 면접 과정에서도 나경원의 딸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호성 전 성신여대 총장은 "나경원 의원이 특강을 온 이후로 원래는 6월 1일 자로 전형이, 입시요강이 마감되는 건데 6월 14일 자로 (장애인) 전형 신설하는 요청을 했다"라며 나경원 딸 입학은 전형적인 권력형 입시비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경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 입학 의혹은 지난 2016년 <뉴스타파>가 최초 보도한 이후 지금까지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조국 사태와 맞물려 복수의 시민단체 등이 나경원 딸의 성신여대 입학 의혹을 수사를 재차 의뢰했고, 이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자녀 관련 논란에 대해 나경원의 입장은 한결 같다. 의혹은 가짜뉴스이며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 이날 방송에 대해서도 나경원은 '답변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재판을 통해 허위사실로 밝혀진 내용'이라며 자신과는 상관 없다는 듯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나경원의 해명에도 세간의 눈초리는 점점 더 싸늘해져 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에 대해서, 입에 '거품 물고' 달려들던 나경원이 정작 자기 자녀 문제와 관련해선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법적 대응 운운하고 있으니 시쳇말로 가증스럽기가 이를 데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경원 자녀 의혹은, 해명과는 달리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 증거들이 이미 나와있는 상황이다. 또한 의혹을 입증할 추가적 내용도 계속해서 불거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검찰 수사에 따라서 나경원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변수는 '검찰'이다. 조국 관련 이슈에 유례없는 '초강력'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이 과연 나경원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도 그에 준하는 수사의지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이 '계엄령 문건보다 표창장 위조 의혹이 더 위중하다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는 유시민의 지적대로라면, 나경원 자녀 의혹 역시 엄격히 수사하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그간의 검찰의 생리와 행태로 보건대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외치고 또 외쳐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외치지 않는다면, 공정한 수사를 부르짖지 않는다면 검찰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경원의 후안무치와 위선, 그리고 기만에 진저리가 쳐진다면, 검찰의 편파적-정치적 수사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계속해서 소리쳐야 한다. 정치를 개혁하고 시대를 바꾸는 동력은 결국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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