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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 블로거가 뽑은 올해의 뉴스 상편

올 해도 이틀 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 즈음은 너 나 할 것 없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하기에 분주한 시점이다. 이는 정치·시사 블로그를 운영하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작년 이맘 때 2013년을 정리하는 글을 포스팅했던 필자는 그 글의 말미에 말의 해인 갑오년을 맞아 우리 국민들 한사람 한사람이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질주하는 말의 모습처럼 역동적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그 희망은 바람대로 이루어졌을까. 


필자는 오늘과 내일에 걸쳐 올 한해 동안 국민들을 웃고 울리게 만들었던 정치·시사 뉴스 10가지를 돌아보며 갑오년을 정리하는 글을 포스팅 할 예정이다. 오늘은 그 중 다섯가지 뉴스를 먼저 살펴보려 한다. 



1. 세월호 참사와 국가의 실종


앞으로 2014년 4월 16일은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한페이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을만큼 충격적인 세월호의 침몰사고로 476명의 탑승객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제주도 수학여행에 참가한 나이 어린 고등학생들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올 해의 정치뉴스 그 첫번째로 선택하는데 필자는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만큼 세월호 사건은 온 국민을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국가적 대참사이자 끔찍한 악몽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의 도입부터 운항, 사고대응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문제가 집약된 최악의 참사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노후할 대로 노후한 선박이 선사측의 향응접대를 받은 해경의 형식적 심사를 통해 규정을 통과했고 항로에 투입되었다. 또한 한국선급은 적재량을 속인 선사측의 '적재량신청서'를 그대로 승인해 참사를 부추기는 등 해당기관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건 이후의 구조과정은 더욱 참담하다. 재난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이후 한참이 지나도록 탑승인원의 파악부터 사고상황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더욱 가관은 이후에 속속히 드러났다. 관료들은 승객들의 생명과 안전보다 고위층의 의전을 더 신경쓰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중대본에 방문하기 전까지 사태의 경위마저 알지 못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열린 국정조사는 집권여당의 무성의로 아무런 소득이 없이 끝이 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멀고 먼 길을 돌아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반쪽짜리로 통과되었다. 수 백명의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속에 안타깝게 희생된 이 압도적인 참사가 의미하는 것은 국가시스템의 부재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실종이다. 



2.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지난 12월 19일 헌법재판소(헌재)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내렸다. 이 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정확히 2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의미심장한 일이다. 헌재가 서둘러 판결을 내린 것도 의아하지만 판결의 날짜가 참으로 기묘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 2주년 선물하듯 이번 사안을 판결한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허튼 소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박 대통령은 이번 헌재의 결정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세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세계의 언론들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속보로 전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비판적 논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외부 세계의 깊은 우려의 시선, 그리고 헌재 판결문의 논리적 비약과 빈약한 근거는 이번 판결이 얼마나 정치적인 것이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나찌 선전선동의 대가 괴벨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필자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의 이면을 드러내는 데에 이보다 더 분명한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러나 길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통합진보당 해산이 정치보복의 산물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은 지난 대선 TV토론의 오래된 앙금이 남아있는 박 대통령과 종북망령에 사로 잡혀있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대한민국 보수우경화의 결정판인 헌재의 절묘한 합작품이었다. 



3.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의 땅콩회항과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가장 기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필자는 박 대통령보다 오히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훨씬 더 흡족해 하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저 두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에 쏠려있던 세간의 관심을 무력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자방 비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추진되었던 4대강 사업비리와 깡통으로 판명난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일컫는 말이다. 언론은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동안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사자방 비리로 낭비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사자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자방 비리의 당사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천하태평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이고, 측근들 역시 권력비리는 전혀 없었다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들은 사자방 비리가 단순 혈세낭비가 아닌 MB게이트로 불리워도 무방할 정도의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식적으로 1달러에 불과한 정유회사를 1조원에 매입하고, 2조원에 사들인 기업을 350억에 되파는 일이 부정 비리와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대강 사업 비리와 방산비리 역시 정권차원의 협조와 연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 차원에서 부정 비리 근절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사건수사 의지만 있다면 사자방 비리를 속속들이 파헤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자방 비리에 대한 수사의지가 전혀 없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의 "사자방이고 호랑이방이고 거기 들어가면 물려 죽는다"는 발언처럼 정말 사자방 안에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들어가면 안되는 뭔가가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려 100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낭비된 사안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대응이 도무지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사자방 안에는 도대체 어떤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길래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까. 


 

4.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


문고리 권력과 찌라시.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청와대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을 빗대어 붙인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박 대통령이 문고리 권력을 비호하고 변호하기 위해 동원한 수사다. 이 둘은 의혹이든 사실이든 모두 박 대통령과 청와대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출된 문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이 문건을 언론사로 유출한 사람은 자살한 최 모 경위라며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의 퍼즐맞추기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의 수사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아닌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따라서 수사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의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대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진 탓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이 사건을 "말도 안되는 근거없는 이야기"로 규정한 이상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결국 검찰은 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수사결과를 도출해 내었고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중세시대의 '십상시'를 연상시키는 비선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이유가 다름아닌 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투명하지 못한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접근 통로가 제한된 보고라인, 비판과 쓴소리를 싫어하는 불통과 독선적 태도에서 알 수 있듯 비선 세력들이 활개치기 좋은 환경을 박 대통령이 스스로 제공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 권력암투의 본질은 회피한 채 문고리 권력을 변호하고 자신의 불편한 심기만 외부로 표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 조현아의 슈퍼갑질, '땅콩이 뭐길래'


미국 JFK공항에서 날아든 '땅콩회항' 사건은 일순간에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이슈를 집어삼킨 블랙홀과도 같았다. 대통령조차 할 수 없다는 '램프리턴'을 지시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슈퍼갑질은 그녀는 물론이고 대한항공측을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갑질공화국이라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은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때 맞추어 터진 가뭄 끝의 단비같은 사건이었던 셈이다. 





온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땅콩회항' 사건은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들의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얼마나 공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동안 그들은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상식에 반하는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이를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오히려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하며 거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한항공측은 사건의 본질을 가리기 위해 사무장을 회유하고 거짓진술을 강요하는가 하면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봐주기 조사를 벌인 정황까지 드러났다. 전 국민의 공분을 받고 있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이 나라의 관료들은 로보트처럼 철저히 관성대로 움직였다. 이같은 모습은 우리 사회가 공정과 정의, 평등 같은 빛나는 가치들이 뿌리를 내리기에 얼마나 척박한 토양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상으로 필자가 뽑은 '2014년 정치·시사 뉴스 10' 중 다섯 편을 살펴 보았다. 내일은 그 나머지 다섯 편의 뉴스를 포스팅 할 예정이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뉴스들과 비교해 보면서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건과 사고들을 정리해 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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