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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청래 컷오프? 더민주 지도부는 오판하지 말라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시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더민주의 홈페이지는 다운됐고 당사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게시판, SNS에서는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와 지도부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고, '탈당하겠다'는 의견과 지지철회 의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소식에 격분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의 2차 컷오프가 발표되기 전부터 정청래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않게 나돌았다. 지난해 주승용 최고의원에게 했던 '공갈' 발언이 문제가 되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직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탄탄한 지역기반과 성실한 의정활동, 무엇보다 대표적인 대여 공격수로 확실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탓에 실제 컷오프가 될 지 여부는 불확실했다.

그러나 공관위는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대상에 포함시켰다. 공관위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그의 막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의 컷오프가 납득이 되지를 않는다. 그의 막말은 홍창선 공관위원장의 말을 인용하자면 지극히 '귀여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자를 향해 '너 맞을래' 라고 하던가, 당 대표에게 '죽여버려' 정도는 해야 막말의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정청래 의원의 발언이 막말이면 새누리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윤상현 의원의 발언은 살인이다.



ⓒ 오마이뉴스


그렇다면 공관위는 왜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 시켜야만 했을까. 여기에는 윤리적 기준보다 훨씬 복잡한 더민주의 내부 사정이 얽혀 있다. 먼저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더민주에 덧씌워져 있는 운동권의 이미지를 덜어내길 원했다.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강성 이미지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1차로 컷오프되었던 강기정 의원도 같은 케이스에 해당된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종인 체제로 총선이 치루어지는 이상 운동권 의원들과의 마찰과 충돌은 불가피한 부분이었다.

이같은 흐름은 문재인 전 대표의 인사영입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화제를 불러 모았던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과정에서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는 당내에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영입하려는 문 전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아울러 더민주에 채색되어 있는 운동권의 이미지를 지우려는 문 전 대표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또한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는 향후 국민의당과의 연대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더민주와의 통합은 물론이고 연대마저 단호히 거부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와는 달리 김한길 선대위원장과 천정배 공동대표, 탈당파 현역 의원들은 여전히 연대에 대한 여지를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이들이 연대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이 바로 친노패권주의 청산이다.

그런데 바로 정청래 의원이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인사인 것이다. 더민주의 컷오프 대상자 중에 범친노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민주 지도부가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염두해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운동권 출신이면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전력이 있고, 범친노로 분류되고 있는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대상의 우선 순위에 들 수밖에 없었다.



ⓒ 미디어투데이


그러나 더민주 지도부와 공관위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정청래 의원이 엄청난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더민주의 홈페이지는 항의하는 시민들의 폭주로 마비 상태에 빠졌다. 탈당과 지지철회 의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당사 앞에는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필리버스터까지 벌어지고 있다.

단지 시민들만 뿔이 난 것이 아니다. 같은 당 동료 의원들도 그의 컷오프 소식에 구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 김광진, 진성준, 최민희 의원은 SNS를 통해 당이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비대위원과 손혜원 홍보위원장도 지도부의 결정에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야당 의원 한사람의 컷오프 소식에 여론이 움직이고 당 내부가 크게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컷오프 대상자가 정청래이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정청래 의원의 거침없는 언행을 문제삼아 온 것이 사실이다. 당안팎으로 직설적인 화법을 가감없이 구사하는 그의 거친 입을 불편해 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그러나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정원 사건부터 최근의 필리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정청래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국민에게 알리고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 부조리에 맞서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열정적인 투사였고 시민들의 동지였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정청래가 없었다면 이 정당의 존재유무를 확인할 방법이 난망했다는 사실이다. 일반 대중은 물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새누리 2중대', '집권을 포기한 정당', '무늬만 야당'이라는 치욕스런 조롱을 받았던 제1야당의 진짜 문제는 정청래의 '거친 입'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야성을 잃은 '조용한 입'에 있었다. 과정의 오류를 탓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의 노력과 수고마저 퇴색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 오마이뉴스


그의 분투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은 컷오프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격한 반응이 증명한다-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정청래의 컷오프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장면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유의미하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지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관심과 불신이 팽배해 있던 정치판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은 정청래 의원의 지난 의정활동에 대한 헌사이며 찬가의 의미도 있다.

시민들의 대규모 집단 구명 움직임에 정청래 의원을 컷오프시킨 더민주 지도부의 입장이 대단히 난처해졌다. 아마도 출구전략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다. 더민주 지도부는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고 당사 앞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고, 온라인 탈당과 지지철회가 속출하는 현상의 본질을 직시해야만 한다. 더민주라는 고목에 기적적으로 피어난 희망의 꽃이 스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들의 눈이 더민주 지도부보다 정확하다. 더민주 지도부의 오판이 다시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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