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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물러났다. 흑석동 상가 구입이 투기 논란으로 번지며 발목을 잡았다. 이틀 뒤인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조 전 후보자는 아들의 '황제 유학'과 '특혜 취업',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에다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 참석 의혹까지 더해졌다.
같은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야 할 최 전 후보자는 잠실·분당·세종 등 금싸리기 지역에 보유한 아파트와 분양권 등으로 23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 딸에게 증여한 주택에 거주하면서 월세 16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맺는 남다른 자식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책임질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하나 같이 기가 막히는 장면일 터다.
더욱 씁쓸한 것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다른 후보들의 도덕성과 자질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인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위장전입, 자녀 특혜 채용 문제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오죽하면 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국민이 보시기에 부족한 후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을까.
이쯤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옛 말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고르고 골라도 이 모양 이 꼴이니 그리 생각하지 않는게 이상한 일일 터다. 세간에선 문재인 정부는 다를 줄 알았더니 이전 정부와 '도긴개긴'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 독선과 아집의 '수첩인사'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되는 현실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인사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여전히 안이해 보인다. 청와대는 1일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경질 주장에 대해 "인사·민정 라인에서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수석의 교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없으니 특별한 조치도 없는 것"이라며 "지금 언론이든 다른 쪽에서도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지적은 특별히 들은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인사난맥을 초래한 청와대는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로 각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는 인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윤 수석은 조 전 후보자 아들의 호화 유학 의혹과 관련해 "외국에 있으니 당연히 외제차를 타지 않았겠나. 미국에서 3000만원 상당의 벤츠·포르셰를 타는 것이 무슨 문제였겠나"라고 하는가 하면, 최 전 후보자의 다주택 소유 논란에 대해서도 "3채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논란으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조조라인'(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라고 하기에는 민심과 동떨어져도 한참은 동떨어진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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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017년 11월 22일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과 관련해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 부정행위·성범죄' 등을 7대 비리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2018년 5월 8일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1년간의 인사검증 회고와 향후 개선방안'에서 "민정수석실 소임의 중요한 일부인 인사검증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면서 검증업무에 더 철저히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7대 인사원칙과 조 수석의 '반성문'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청와대 대변인, 부동산 투기·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지명 철회 당한 후보자, 꼼수 재산증식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후보자, 각종 의혹에도 대통령의 하명만을 기다리고 있는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인사 검증의 오류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정부 출범 이후 낙마한 장차관만 벌써 10여명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라면 인사잡음이 되풀이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시스템이 문제라면 제도를 정비해야 할 테고, 인사라인이 문제라면 사람을 교체해서라도 바꿀 것은 바꾸어야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43%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35%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기간이 인사청문회 날짜(25~27일)와 겹친다는 점에서 인사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정부도 곧 3년 차에 접어든다. 국민이 위임한 5년 중 벌써 2년이 지나갔다. 대통령제의 특성인 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을 문재인 정부도 예외없이 거쳐가게 될 것이다. 정치·사회·경제 분야에 산적해있는 각종 개혁과제에 힘을 모을 시간이 고작 1~2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아무리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동안의 적폐를 고려한다 해도, 여소야대로 시작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와 기득권의 반발을 감안한다 해도 실망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이 정부에 거는 기대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수 십년 묵은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가 사라지고, 개개인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리 없다는 것쯤은 모두가 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희망이다. 불씨다. 오늘 힘들더라도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정치인은 내일을 위한 희망의 근거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본령(本領)이다.
정의와 평등, 공정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어디'에 있나. 그 겨울, 광장을 뜨겁게 밝혔던 촛불의 준엄한 명령을 기억해 내야 하는 이유일 터다. 고작 이 모습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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