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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유한국당이 협치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 오마이뉴스


정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에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의당 역시 문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하며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와 추경안, 정부조직법 처리 등 국회의사 일정의 연계까지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야당의 실력행사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청문 일정 논의를 위해 19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불참으로 줄줄이 불발된 데 이어, 20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상임위 역시 운영위원회를 제외하고 모두 무산됐다. 그로 인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향후 청문회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독선과 독주의 정치를 펴고 있다며 맹렬히 성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국회와의 협치 구도를 허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은 국회가 반대하고 있는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협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만든 당사자가 바로 대통령이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대여 강경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한국당이다. 지난달 18일 열렸던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사이의 오찬회동 이후 한국당은 공세모드로 전환했다. 문 대통령의 첫 인사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반대였고,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당의 대여공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보다 거세졌다. 특히 강경화 장관의 임명을 둘러싸고 공세는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강경화 장관의 임명 강행 방침을 밝히자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 우리 야당으로서도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문 대통령이 18일 임명을 강행하자 "더이상 협치를 않겠다는 협치 포기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협치 파괴의 책임이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인사와 독선의 정책을 펴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논리다.


손뼉은 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법이니 한국당의 주장이 온전히 틀렸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공세와는 달리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80%를 넘나들고 있다. 자격 시비가 벌어진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여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국민' 운운하면서 연일 문재인 정부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민의를 앞세워 대여공세를 높이고 있는 한국당의 행태가 억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오마이뉴스


알다시피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유발시킨 장본인이 바로 '한국당'이다. 다시 말해 이와 같은 비상시국을 초래한 책임이 한국당에게 있다는 뜻이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해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한국당에게서 반성의 기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탄핵정국에서 태국기 집회에 기대 목소리를 높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여공세에 나서고 있다.


황당한 것은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협치'를 거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의 이미지와 '협치' 사이의 괴리감이 크게 느껴지는 탓이다. 솔직히 그들에게 과연 협치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스럽다. 아무리 기억을 곱씹어봐도 한국당으로부터 협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협치는 정치·사회·경제주체 등이 서로 소통하고 협조해서 정책을 펴나간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러므로 협치의 핵심은 '소통'에 있다. 정치공학과 이해타산에서 벗어나 소통하고 타협하며 민의를 위한 정치를 해 나갈 때 협치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협치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고 최선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협치다.


그러나 한국당은 과연 어떠한가. 한국당은 그 전신이었던 새누리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 민정당, 공화당, 그리고 자유당에 이르기까지 협치가 아닌 '통치'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이다. 대화와 타협, 소통이 아닌 독재와 독선의 반민주적인 방식에 길들여져 있던 사람들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싹을 틔웠던 민주적 사회 풍토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다시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된 것만 보더라도 이는 명확해진다.


굳이 독재의 서슬 퍼런 기억을 소환시키지 않더라도 한국당이 과거 다수당이던 시절 날치기 등을 통해 의회민주주의를 위협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정원 사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범국가적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 등에서 보여준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행태 또한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 협치의 기본인, 상대를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려는 인식 자체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협치와는 담을 쌓아왔던 한국당이 '협치 파괴'를 부르짖고 있다. 협치를 해본 적도 없고, 할 마음도 딱히 없어 보이는 한국당이 이참에 협치의 전도사라도 되려는 모양이다. 한국당에 제안한다. 협치 파괴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기 이전에 협치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먼저 정리하기 바란다. 협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다각도로 고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 협치는 '유상무상' 간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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