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로 출연한 한 기자의 성희롱 발언은 단순히 한 여성 기자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유 이사장은 허울뿐인 사과 말고 방송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이 17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한 한 패널의 '기자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당 중앙여성위원장인 송희경 의원을 비롯해 김현아·전희경 등 여성 의원 6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찰과 경계라는 말에 가린 허울뿐인 사과만으로 아무 책임도 안 지고 넘기려는 유 이사장의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부장적 마초사회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당 여성의원들의 결단과 높은 성인지 감수성(?)에 뜨겁게 박수라도 쳐야 마땅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마음이 정말이지 '일'도 들지 않는다. 왜일까?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들에게서 행위의 순수성을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란에 편승해 숟가락 하나 얹어보겠다는 위선과 기만에 (그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개탄스럽고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한국당 여성의원들이 문제삼은 내용은 15일 알릴레오 생방송 도중 불거졌다. 이날 패널로 출연한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가 KBS 법조팀 논란과 관련해 여성 기자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A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 내용을) 술술 흘렸다"는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유 이사장은 방송이 끝날 무렵 "(해당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을 것 같다"며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알릴레오 제작진 역시 방송이 끝난 후 문제의 발언을 삭제하고 영상을 재등록한 뒤 사과글을 게시했다.
유 이사장은 16일에도 "진행자로서 즉각 바로잡아야 했는데 깊게 반성한다"는 취지의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한국당 여성의원들이 득달 같이 떼를 지어 달려든 알릴레오 성희롱 논란의 전말이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성희롱 논란을 촉발시킨 당사자는 유 이사장이 아니다. 논란의 직접적 책임이 유 이사장에게 있지 않다는 뜻이다. 더욱이 그는 방송 말미에 해당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했고, 이후 진행자로서 이를 바로 잡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과했다.
발언 직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짚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유 이사장이 이렇게 비난받아야 할만큼 대응이 부적절했다고는 보이지는 않는다. 더욱이 유 이사장은 방송 말미에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꼬집었고, 이후 정중히 사과까지 한 상황이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여성 인권의 대변자라도 되는 양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는 한국당 여성의원들의 시쳇말로 '쩌는' 이중적 행태다. 유 이사장의 대응에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한국당 여성의원들의 논리대로라면, 여성당원 행사에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한국당의 힘을 느낀다"고 했던 황교안 대표는 당장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당 대표의 아연실색한 행태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소름 돋는 강간 모의 무용담(?)을 듣고도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대선후보로 추대한 것은 또 어떤가. 이 땅을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마땅히 공분해야 할 장자연 사건, 서지연 검사의 미투 폭로 등에서도 그들은 마찬가지 태도를 보였다.
비단 저들 뿐이랴. 저들의 선배 여성의원들도 과거 똑같은 행태를 보여왔다. 이명박의 마사지걸 발언, 정몽준의 여기자 성희롱 논란, 강용석의 아나운서 성비하 논란, 김문수의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것" 발언, 윤창중의 방미순방 중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 박희태의 캐디 성추행 사건 등 성추문 관련 사건과 의혹이 수도 없이 벌어졌지만, 저 당에서 여성의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경우는 일찌기 본 적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저 당의 여성 의원들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적'으로 분노하고, '선택적'으로 정의와 공의를 외친다. 여성의 인격을 모독하고, 여성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거리낌없이 상품화·도구화하는 같은 당 소속 남성 의원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상대당에는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고 서슬 퍼렇다.
앞서 저들의 행동에 동의하고 픈 마음이 '일'도 들지 않는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니 편 내 편을 갈라 '선택적'으로 분노하는 모습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장면 속에 대한민국 정치의 비루한 민낯이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정략적이고 정파적이며, 비겁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그런.
공해(公害)는 산업이나 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이나 생물이 입게 되는 여러 가지 피해를 일컫는다. 공해는 공기를 더럽히고, 물을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시킨다. 그러나 공해가 어디 어디 그것에만 국한되는 문제이랴. 나는 어제 한없이 불쾌하고 짜증나는 소음을 들었다. 사회공동체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진짜 '공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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