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가 치뤄지나 싶더니 선거 막바지에 이르자 예의 못된 습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막말은 기본이고 유언비어에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 및 금품수수, 색깔론에 관권선거 의혹까지 이전투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선거판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치혐오와 정치불신이 만연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상, 혼탁•과열된 선거풍조가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떨어뜨리는 대신 오히려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장년층과 노령층의 투표 참여를 부추기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통상 장년층과 노령층은 보수성향을 띠고 있으며 여권에 호의적이다. 이는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드는 세력이 과연 누구인가를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유권자의 선택과 집중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를 적극 공략하는 선거전략이 바로 '네거티브' 전략이다. '네거티브'는 선거판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손쉬운, 그러나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내는 방법이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해부하고 무장해제시키는 이 전략은 특히 선거에 열세에 놓여있는 후보측에서 즐겨 사용해온 방법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과 이념, 세대와 계층간 갈등이 마치 '화약고'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이 전략이야 말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카운터 펀치'에 다름 아니다. 선거전략으로서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이 고전적인 방법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적극 활용되는 이유다.
황우여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경남 함안군 지원유세에서 "요새 사고가 굉장히 많이 난다. 전부 야당에서 시장, 군수를 하는 곳에서 사고가 나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각종 사고참사의 원인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손벽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얼마 전 최경환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선거때는 배우자를 보고 표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며 유권자를 우롱하더니 그에 대한 기가 막힌 응수를 한 셈이다. 이런 자들이 바로 얼마 전까지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당대표이자 원내대표였다는 사실과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인식태도의 편향성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는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가 사퇴하자 오거돈 무소속 후보를 향해 "국가체제를 부정하고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세력을 등에 업은 후보,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과 부산시 공동정부를 구성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선거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인 '색깔론'을 마구 뿌려댔다.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인 정치공세인가. 정말 궁금한 것은 이 낡고 고루한 정당에게서 '종북'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종북'이라는 실체없는 괴물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기를 무한반복했던 이 정당에게서 '종북'을 탈색시키고 나면 '경북'과 '경남'으로 대표되는 패권적 지역주의가 남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닭살돋는 친밀의 언어를 소름돋는 기만의 언어로 탈바꿈시킨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치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부끄러움 그 자체다. '기춘대원군' 김기춘이 대중화시킨 '우리가 남이가?'라는 표현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 표현 자체로 보자면 통합의 의미이자, 화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저 표현이 실상은 지역 이기주의와 지역 패권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이자, 정치적 위선이 담긴 기만의 표현으로 특정세력에 의해 끊임없이 가공되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박근혜 마케팅' 역시 '우리가 남이가?'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홍일표 새누리당 인천시당 선대위원장은 "우리가 뽑은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국정이 안정되야 개혁도 가능하고 경제성장도, 일자리도 생기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련하다. 아니 그보다는 '영악하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선거의 고수들답게 적절히 내용을 편집해서 유권자들의 시야를 흐리고 있다. 왜 그런가. '우리'라는 개념 속에 필자는 물론이고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나는 그가 무슨 근거로 '우리'라는 표현으로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를 동질화시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정안정과 개혁,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을 한데 엮는 대목에서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혹세무민' 마저 엿보인다. 국정이 안정되지 못해 박근혜 정부의 개혁이 공중분해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국정 불안정으로 경제성장이 더디게 되고 일자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안정과 개혁, 국정안정과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과의 연관성을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호도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의 본래 목적인 지방자치의 구현에도 직접적으로 위배되는 부당한 언사다.
선거 막판 집권여당이 무차별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근거없는 '색깔론'과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되는 저질선거프레임은 마치 과거의 망령이 현세에 되살아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과거 독재시대와 관치주의 시대에 횡횡했던 부끄러운 선거풍토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죽지않고 때가 되면 원형 그대로 다시 되살아나는 이 '不死'의 괴물이야말로 사회공동체를 망가뜨리고 있는 주범 중의 주범이라 생각한다. 깨어있는 유권자가 반드시 봉인시켜야 하는 이 시대의 지독한 병폐이자 케케묵은 구습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색깔론'과 '우리가 남이가?'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특정세력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바로 서기 위해서 '색깔론'은 하루빨리 없어져야만 하고 유권자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남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한다. 이제는 정말 그래야만 한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 대한민국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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