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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우리가 국정 교과서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

나라가 또 다시 시끄럽습니다. 정부여당이 지난 12일 각계각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야권은 물론이고 학계와 교육계, 시민단체와 일반시민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역사학과 교수들과 중•고등학교 일선교사들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부의 국정화 방침을 거세게 비난하며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정부의 방침을 비난하며 시위에 나서는 등 정부여당이 추진한 국정화의 후폭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민의를 무시한 정부여당의 국정화 강행으로 나라가 다시 혼란에 빠진 겁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 나라는 계속해서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과 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집권 1년 차에는 국정원 사건으로 온 나라가 관권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었고, 집권 2년 차에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일으킨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론이 나뉘어 졌습니다.

집권 3년 차에는 메르스 사태로 전 국민이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으며, 집권 4년 차를 앞두고 국정화 논란으로 또 다시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재연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이같은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논란들은 늘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처럼 집권 기간 내내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첨예했던 적은 일찌기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래이즈인 국민통합의 기치가 무색해지는 순간이기도 하고, 국민통합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사회 주체들 간의 갈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미덕을 고려한다 해도 이 정부는 그 정도와 폐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 점을 주목하고 본다면 이 정부 들어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민주주의 체제는 필연적으로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정치구조입니다. 따라서 개별 주체의 생각과 인식을 인정하는 것, 즉 다양성을 용인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충돌하고 그 안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의 과정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체체의 가장 큰 장점이자 위대함입니다. 태생적으로 갈등과 혼란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그러므로 정치세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들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한편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갈등 조절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글 ▶ 국민화합 가로막는 대통령의 분열정치 (클릭)

그런데 대한민국의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현 집권세력에게는 갈등을 중재하고자 하는 인식 자체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를 또 다시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국정교과서 논란만 봐도 이는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국정체제가 좋으냐, 검정체제가 좋으냐'하는 문제는 판단의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명확해 집니다.

대체적으로 청•장년 층에서는 반대의사가 두드러지고, 60대 이상의 노령층에서는 찬성 의견이 많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민 여론이 나뉘는 상황에서라면 정부는 다양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국민들은 보다 정확한 사실과 판단의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국정 교과서 문제를 처리하면서 의견 수렴은 커녕 그 흔한 공청회조차 단 한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오직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는 여론전에만 몰두했을 뿐입니다. 역사문제의 이해당사자들인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더구나 가치중립의 역사문제를 집권세력이 개입해서 바로 잡겠다는 발상은 조선시대의 왕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입니다. 갈등 조정자가 아니라 어느새 갈등 유발자로 변신한 정부의 태도는 고압적이다 못해 잊혀졌던 독재의 악몽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끝끝내 관철시키는 이 정부의 모습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정부가 할 짓이 아닙니다. 국정원 사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교과서 국정화 등 사회 이슈들에 대응하는 이 정부의 성향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기반한 전체주의의 그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통령 이하 집권여당의 대다수가 친일부역자와 독재세력의 후손이거나 그들과 동조해서 기득권을 누려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은 교화와 계몽의 대상이자 권력의 권위와 존엄에 복종해야 할 대상에 불과합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시민의 권리가 공권력에 의해 갈수록 침해받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87년 민주화의 성과와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의 결실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며 권위주의 체제로 복귀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파쇼에 가까운 전체주의의 풍모마저 느껴지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난 12일 선포한 교과서 국정화는 바로 이를 방증하는 명징한 사례입니다.

국민여론 쯤은 이제 전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 국정화 방침에 숨어있는 정부와 박 대통령의 저의입니다. 일본제국주의와 독재권력에 부역했던 자들과 그 후예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미화하는 것이 당연하듯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고 유신독재로 민주주의의 심장을 도려낸 독재자의 딸이 역사를 손보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역사가 아니라 헌법마저 뜯어 고치려 할 지도 모릅니다. 오래 전 그녀의 아버지가 했듯이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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