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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야3당 중 정의당만 '대통령 하야' 외쳤다

지난 2013년 여름은 뜨거웠다날씨 때문이 아니라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 때문이었다시민들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불법개입한 2012년 대선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했다사건의 전말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고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해 여름 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과 전국 각지에서는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을 성토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집회가 뜨겁게 타올랐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뒤늦게 장외로 나갔다국정조사로는 아무 것도 밝혀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였다그런데 놀랍게도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대통령은 사과하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국가기관이 개입한 희대의 선거부정 사건에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외쳐댈 때 이 나라의 제1야당은 소박하게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이 장면은 당시 민주당이 선택한 출구전략이 얼마나 시민들의 열망과 유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당시의 민주당은 그랬다. '있으나 마나한 야당', '야성을 잃어버린 야당', '새누리 2중대등 민주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새누리당에 못지 않았다당시 국정원 사건의 구도가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대통령의 정당성 확보 실패'로 아주 명확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행태는 대단히 나약했다국정원 사건이 야당이 좌고우면할 만큼 불분명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만약 당시의 야당이 대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국정원 정국을 주도했더라면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라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 오마이뉴스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가 이 지경으로 비탄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란 얘기다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했고규명했어야 할 것들이 권력의 강권에 의해정치공학에 의해또 다른 이유들에 의해 묻혀버리자 그를 기화로 불법이부정이특권이특혜가태만이무능이독선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국정원 사건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최순실씨 국정농단 등 온 사회를 뒤흔든 일련의 사태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그 모든 것들이 정의와 상식이성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거론하고 있다당연하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는 국민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뜻이다대한민국을 뒤흔든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 아닌가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들 어느 국민이 믿을 것이며어느 관료가 따를 것인가국가의 기강이 무력해진 상황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비상시국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성난 민심과는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사태를 조금 더 예의주시하며 의혹의 진상규명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모양새다표면적으로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상설특검에 맞서 별도특검을 주장하고 있고국민의당은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아직까지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부에서 대통령의 퇴진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원외에서 분출되고 있다이재명 성남시장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고 야권은 탄핵준비해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헌정 파괴 국정문란통치시스템 파괴국가위기 초래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정청래은수미 전 의원도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기본적으로 이들의 주장은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여기에는 복잡미묘한 정치적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먼저 탄핵은 야당으로서는 양날의 검과 같다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국회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보수성향상 기각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현재 헌재의 재판관 9명 모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적인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실제 탄핵정국이 조성되면 보수집결을 통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다.

대통령의 하야 촉구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대통령이 하야를 하게 되면 공직선거법 35 1항에 의거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뤄야 한다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치적 혼란은 물론이고 대선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야당의 경우 극심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당장 야당의 대선 후보군만 해도 문재인박원순안철수안희정이재명(가나다순등 다수가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그 짧은 기간에 대권후보를 낼 능력이 야권에 있는지 이거니와 격변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국기문란', '헌정질서 파괴', '국정농단등 강력한 수사를 동원해 대통령을 성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대통령의 퇴진은 요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탄핵과 하야는 단순히 대통령이 물러나고 말고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그 안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경우의 수가 얼기설기 엮여 있다문제는 그 누구도 이후의 흐름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거리로 나섰다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은 오늘부터 국민과 함께 대통령 하야 촉구 행동에 나서겠다"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그날 저녁 정의당은 서울 보신각에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대통령의 하야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원내정당은 정의당이 처음이다.

최순실씨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대통령과 최씨의 국기문란 행위에 분노한 대학교수와 대학생시민단체종교단체 등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도 다시 열리고 있다정의당의 행보는 이같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구체적 행동으로 체화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의미하다.

 

물론 시민사회의 요구와 열망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이다정치권의 대통령 퇴진요구와 관련한 복잡한 함수도 여전히 풀기 힘든 난제인 것은 분명하다그럼에도 정의당은 거리로 향했다다수의 시민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무엇보다 대의에 대한 확신이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시민들이 거리에서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뒤틀린 것들을 바로잡고,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당위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같은 시민사회의 거대한 흐름에 한 발 비켜나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 모습은적어도 지금까지는과거 국정원 정국과 비교해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회복불능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시국이다위기의 원인을 파헤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할 책무가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야당은 직시해야 한다.   


"정치권은 특검 실시 정도로 사태를 수습 또는 관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상표로 당선됐으며 새누리당은 국감까지 보이콧해 최순실 일당을 비호했다. 헌정유린 사태의 공범과 무슨 협상을 한다는 것인가. 야당 역시 대선의 유불리를 저울질하는 특검 정도에 안주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심상정 대표의 날선 비판이 추상같다. 두 야당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정원 정국을 환기해 볼 필요가 있다시민사회의 분노와 열망을 담아내지 못한 채 현실과 타협하고 순응한 결과가 오늘의 시대상을 만들어냈고그 중심에 무능한 야당이 있었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비정상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회복시킬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번 기회를 야당이 실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대통령과 새누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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