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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알고 보면 더 황당한 한국당의 경찰소환 거부 이유

ⓒ 오마이뉴스

 

"저희 다 감옥 갈 거예요". 굳은 결기는 그새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을때 당당하게 "감옥 가겠다"고 부르짖던 그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공치사'였던 모양이다. 막상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말을 바꾸고 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폭력 사태와 관련 경찰의 소환 조사를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얘기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날부터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에 착수했다. 백혜련·윤소하 의원 외에도 민주당 송기헌·윤준호·표창원 의원, 자유한국당 김규환·김정재·민경욱·박성중·백승주·송언석·엄용수·여상규·이만희·이양수·이은재·이종배·정갑윤 의원 등이 대상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 임하는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10일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국회 폭력 사태 관련 경찰의 피고발인 출석 요구에 응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경찰의 출석 요구서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같은날 정의당 윤소하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기다리던 출석요구서가 도착했다"며 "다음 주(16일) 경찰의 출석 요구에 당당히 응해, 국회에서 일어났던 자유한국당의 의사 방해와 폭력행위에 대해 성실하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은 이어 "4월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자유한국당에는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철저하게 무관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아무리 협박하고 짓밟아도 새벽이 올때까지 자유한국당은 투쟁할 것"이라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게 돼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비쳤다.

이어 "경찰은 타깃 줄소환으로 야당 의원을 겁박해오고 있다"며 "여당은 사실상 면담에 가까운 조사에 응하며 정권의 야당 탄압을 부추기고 응원하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경찰 조사가 표적수사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이다.

앞서도 한국당은 경찰이 지난달 27일 자당 소속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소환 통보를 하자 이를 '표적 소환'이라며 "집권 세력 수사 없이는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거부한 바 있다.

한국당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경찰수사에 따라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여야의 맞고발로 조사 대상에 오른 현역 의원은 모두 109명(민주당 40명, 한국당 59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 )에 달한다.

문제는 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패스트트랙 대치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폭행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데 반해 한국당의 경우 국회선진화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특수 주거침입·감금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형법상 폭행 혐의보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의 죄질이 훨씬 더 무겁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당의 피해가 더 크다는 관측이다.

 

ⓒ 오마이뉴스



국회법 166조(국회회의방해죄)에 따르면,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19조 4항은 국회법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와 관련해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10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국회법 166조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한국당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당이 계속해서 경찰 소환을 거부하며 '야당 탄압' 프레임을 펼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찰 조사에 순순히 임할 경우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위협받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한국당의 '야당 탄압'을 앞세워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할 뿐더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선진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법 위반 혐의가 너무나 명백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당은 국회 의안과 안팎을 점거해 의안 접수를 원천봉쇄하는가 하면, 팩스 등 기물과 집기를 파손시켰다. 이 과정에서 팩스로 접수된 법안을 이은재 의원이 가로채 훼손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당은 사법개혁특위위원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감금시키는가 하면, 회의장을 무단 점거하는 등 국회 의사일정을 물리적·폭력적 방법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대해 '표적 소환'이라 역공을 펴는 것도 억측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이 접수된 이상 경찰은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설사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통해 고발을 취하한다 하더라도 수사는 계속된다.

수사 순서에 의문을 표하는 한국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CCTV와 취재영상 등 증거분석이 끝난 순서대로 수사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16일을 기점으로 백혜련·윤소하 의원 등 여야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도 한국당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당은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경찰 조사의 본질은 야당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조사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지경이 되도록 사태를 악화시킨 당사자는 정치권, 그 중에서도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처리와 관련해 여야 4당과 한국당의 입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위원 사보임 문제와 법안 처리 과정의 적절성 여부 등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법 위반 행위는 그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의원 감금과 회의장 점거, 국회의사 일정 방해와 기물 파손 등은 의회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더욱이 패스트트랙은 특정 정당의 입법 방해를 대비한 국회법 절차다. 법안 상정을 위한 정상적인 과정인 패스트트랙을 불법이라 호도하며 폭력을 행사한 한국당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론이 한국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그에 기인한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몸싸움 국회 탈피를 위해 강력한 처벌규정이 포함된 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결과적으로 보면 과거 새누리당이 주도했던 법안이 한국당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법을 위반한 정황이 뚜렷한 만큼 출구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자승자박이요, 자업자득이라 할 만한 형국이다. 한국당의 입장이 아주 고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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