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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김순례의 귀환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자 기만이다

ⓒ 오마이뉴스

 

5·18 망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상 당원권 정지자가 당원권을 회복했을 경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김 의원의 복귀를 용인했다.

박 사무총장은 "많은 법률전문가에게 의뢰했더니 '당원권 정지 3개월'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직을 박탈할 근거가 전혀 될 수 없다는 게 모든 법조인들의 해석이었다"며 "저희 해석도 같았다. 그래서 이 사실을 당 대표에게 보고했고 대표도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8일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던 김 의원은 징계기간이 끝나는 18일부터 직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18 폄훼 발언 이후 김 의원에 대한 징계와 최고위원직 박탈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던 만큼 김 의원의 복귀 결정을 놓고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날 김 의원의 최고위원 복귀를 용인한 한국당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역시 '막말정당' 답다"라며 "인권감수성도 역사인식도 부재한 제1야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 대변인은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직 복귀와 관련해, '관례상 불가'라는 당 내 보고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살했다"며 "사실상 황교안 대표의 승인에 따라, 5.18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이라며 심각히 폄훼한 김순례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최고위원직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징계를 한 것인지 안마를 한 것인지 헷갈리는 솜방망이 처벌에, 처벌 기간이 만료하자 기다렸다는 듯 최고위원 복직이 이뤄졌다"며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황교안 대표의 진정성을 국민들은 의심할 것이며, 한국당이 '괴물 집단'의 오명을 씻기는 영영 어려워졌다"고 비난했다.

민주평화당 김재두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황교안 대표가 김 위원을 감싸 안고 한자리 한 테이블에서 매일매일 국민 앞에 나선다면 목불인견(目不忍見)으로 두고두고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자기 사람 없다고 국민적 비난의 대상자까지 보호한다면 결국 십리도 못 가 발병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의 역사인식과 공감력, 그리고 '망언스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5.18 망언에 한국당은 솜방망이를 갖다 댔지만, 국민은 총선에서 철퇴를 내리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여야 4당이 한국당을 거세게 성토하는 이유는 김 의원 등이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왜곡하고 유가족을 폄훼했을 뿐만 아니라 광주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됐던 공청회에서는 김순례 의원의 발언 외에도 "논리적으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이종명 의원),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김진태 의원), "5·18은 북한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이었다"(지만원) 등 5·18 민주화운동과 유족들을 모욕하는 발언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 오마이뉴스


공청회 이후 여야 4당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5·18 망언 3인방'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솟구쳤다. 그러나 한국당은 전당대회 이후로 징계를 슬그머니 미루더니, 그마저도 '경고'(김진태 의원)와 3개월 당원권 정지(김순례 의원), '제명'(이종명 의원) 처분을 하는 것에 그쳤다.

5·18 망언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시간을 뭉그적거리다 나온 솜방망이 징계에 또다시 비판 여론이 요동쳤지만 그뿐이었다. 당 내부에서조차 수위가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징계와 관련해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경고', 기한이 지나면 다시 원상복귀되는 한시적 '당원권 정지', 당적 제명이 없는 말 뿐인 '제명'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5·18 망언에 대한 한국당 차원의 징계는 '우야무야'된 셈이 됐다. 논란 당시 정국을 휘몰아쳤던 엄청난 소동을 떠올려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다.

한국당은 2·27 전당대회를 전후로 급속히 '우클릭' 깜빡이를 켜고 있다. 극우적 색채의 태극기부대가 책임당원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당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막말과 망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당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 안팎의 비판에도 황 대표가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 복귀를 용인한 실질적인 배경도 그에 기인한다.

흥미로운 것은 5·18 망언에 시간끌기로 일관했던 한국당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교체와 관련해 당내 갈등을 빚고 있는 박순자 의원에 대해서는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당 윤리위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의원 징계안을 심의해 징계 절차 개시 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며 "박 의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오는 23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국회 원구성 당시 국토위원장을 전·후반기로 1년씩 나누어 맡기로 했으나 박순자 의원이 "1년씩 하기로 합의한 바 없다"며 위원장직을 내놓지 않자, 윤리위가 이를 심각한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즉각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순자 의원에 대한 윤리위 회부 안건은 황교안 대표가 직접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5·18 망언 징계 수위와 시기와 관련된 질문에 "절차대로 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지난 10일 열린 원내대책·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강제로 (박 의원을) 내려오게 할 수 없지만 이 문제는 당의 기강에 관한 문제"라며 "실질적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 징계 절차 들어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날 박 사무총장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당 의원총회를 통해 상임위원장직을 1년씩 수행하도록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일 상임위원장 교체를 위한 의총에 불참하고 상임위원장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며 "개인만의 이익을 위해 위원장직을 고집하는 바람에 당내 갈등을 초래하고, 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유발, 민심을 이탈시키는 것은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성토했다. 

당 지도부가 박 의원 징계에 이구동성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영향 탓일까. 하세월이던 5·18 망언 징계와 달리 달리 버티기에 들어간 박순자 의원에 대한 징계는 득달 같이 이뤄질 태세다. 한국당이 5·18 망언 의원에 대한 처리보다 당 내부의 자리다툼을 정리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방증일 테다.

"민심을 이탈시키는 해당 행위"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모양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한국당의 행태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방법이 없다. 묻고 싶다. 이럴 거면 황 대표는 5·18 기념식에 왜 참석한 것인가. 이러고도 과연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공당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한국당은 답해야 한다. '김순례'의 귀환은 국민에 대한 우롱이자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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