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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의 마지막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조선일보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독일-미국 등지로 정치적 유배(?)를 떠났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년 6개월 여만에 정치에 복귀한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조만간 귀국해 중도-보수세력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에 나설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양극단의 기득권 정치를 배격한 중도-보수를 기반의 제3지대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야권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반문(반문재인)연대를 고리로 정계복귀를 앞둔 안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14일 한국당 인천시당 신년기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에 대해 "오셔서 자유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도 "안 전 의원도 통합논의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측근의 말을 인용해, 안 전 대표가 "야권 통합은 세력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며 "대한민국을 반으로 쪼개 좌우 진영대결을 펼치자는 통합 논의는 새로운 흐름과 맞지 않고, 절대권력을 가진 집권여당이 파놓은 덫이자 늪으로 빠져드는 길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보수대통합 움직임을 정치공학적 통합으로 규정하고,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는 통합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세력화를 통해 정치적 출구를 모색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능성이다. 정치판을 휘몰아치던 '안철수 현상'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진 지금 안 전 대표가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른 2016년 총선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양당정치의 폐해로 인한 정치불신과 혐오 정서에다 '반문정서' 프레임을 적절히 섞어 호남유권자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안 전 대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다.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기 일쑤였고, 대안없는 양비론과 반정치주의를 앞세워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자주 연출했다. 결국 정치적 철학과 리더십 부재 등 한계를 드러내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고, 이는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진다.

"안철수씨의 발언을 보면서 저는 '참 안 변한다'고 느꼈다.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건 반정치정서다. 과거와 똑같다. 등장할 때도 반정치정서로 현실정치와 정당들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정치에는 공학이 없으면 안 된다. 집을 지으려면 공학 없이는 못 짓는다. 안철수씨가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공학을 부정하지 말아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복귀 일성이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스스로 자기의 보폭을 좁히는 결과다."

복귀를 앞둔 안 전 대표를 향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냉정한 평가다. 그 말 그대로다. 새정치의 동력이 모조리 소진된 이상 안 전 대표가 내세울 마지막 카드는 과거와의 단절일 터다. 효용가치가 떨어진 과거를 떨쳐내고 새로운 컨텐츠와 비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다. 안 전 대표는 비호감 정치인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고 대중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치 역시 현저히 낮게 나오고 있다. 무당층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안 전 대표에 대한 '피로감'을 감안하면 2012년 당시의 광풍을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대중의 정치혐오와 불신 정서에 편승해 반사이득을 보겠다는 기존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결과는 보나마나한 일이다. 뻔한 얘기지만, 변화가 없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다면 안 전 대표의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사실상의 마지막 등판임을 고려하면, 그것은 '정치로부터의 영원한 철수'를 의미한다. 안철수의 마지막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