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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뻔뻔한 한유총, 그보다 더 한심한 자유한국당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박용진 3법이 통과된다면 "모든 사립유치원을 즉각 폐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날 열린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대표 총궐기대회'에서 한유총은 '전국 4000여 사립유치원 운영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박용진 3법이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통과된다면 전국 지회단장은 더 이상 유치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사립유치원 운영의 감추어져 있던 민낯이 수면 위로 드러난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다. 교비로 명품가방을 구입하고, 성인용품까지 구매하는 등 사립유치원의 천태만상 비리에 학부모들의 분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바짝 엎드려도 모자랄 시국에 한유총은 외려 어깃장을 놓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정말이지 뻔뻔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2017년 감사 결과는 수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 외에도 유치원 원장의 가족을 보조교사로 등록해 인건비를 지급하는가 하면, 유치원 건물과 토지에 대한 재산세와 토지세 등을 유치원 돈으로 납부하고, 자신의 대학교 등록금을 유치원 회비에서 지출하는 등 온갖 회계부정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비리가 공개된 이후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됐다.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을 골자로 하는 '박용진 3법'은 이와 같은 각계의 요구가 녹아든 법안이라는 평가다.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지원금이 아닌 보조금으로 바꾸고, 사립유치원에 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을 의무화 해 회계 항목을 세부적으로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박용진 3법'은 한유총의 결사반대에 가로막혀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강경 대응을 천명한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유총은 '폐원'까지 들먹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치원생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한, 지금껏 늘 그래왔듯이 결국 정부와 학부모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립유치원 개혁법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행태 역시 한유총의 집단 행동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박용진 3법'을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은 자체의 별도 법안을 만들어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피일차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당초 '박용진 3법'에 맞서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대체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JTBC는 29일 한국당이 한유총이 주장해왔던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는 내용을 자체 법안에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의 한유총 편들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는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한유총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홍문종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박용진 3법'과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성토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솔직히 말해서 법이 잘못된 거지 여러분이 잘못한 게 뭐가 있나"라며 한유총을 두둔했고, 김순례 의원은 "정부가 여러분들에게 박해를 가하고 있는 것은 우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동냥자루 내 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진석·최교일 의원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립유치원 개혁법안이 공전하고 있는 것이 한국당이 한유총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유총을 감싸고 돌면서 사립유치원 개혁법안 마련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한국당과 한유총 사이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로비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공개된 이후 사립교육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되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2~23일 이틀 간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율은 14.5%)한 바에 따르면, '박용진 3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것에 80.9%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63.2%가 '박용진 3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사기관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를 축소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뜨겁게 분출됐던 분노를 감안하면 사립유치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가히 압도적이라 해도 무방할 터다. 당초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추진 중이던 한국당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립유치원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 의원의 폭로가 터져나오기 이전에도 유치원 운영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문제는 국공립 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의 경우 회계를 감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내놓은 사립유치원 회계시스템 구축 방안은 한유총의 집단휴업 움직임에 가로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허술한 법과 제도, 관련 당국의 느슨한 대응,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한유총의 거센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오늘의 이 사달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다. 

비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이 전격 공개된 이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 의원은 비리 근절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용진 3법'은 사립학교 비리 근절에 대한 그의 굳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국 역시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한유총은 달라진 게 없다. 아이들과 학무보를 볼모로 삼아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유총 주변에 한국당이 모습이 어른거른다는 사실이다. 치부가 드러났음에도 반성은커녕 또다시 '집단 폐원' 카드를 꺼내든 한유총, 그리고 속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는 한국당의 행태가 참으로 눈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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