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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민중의 지팡이'였던 시절, 조현오가 한 일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 강제진압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경찰의 강제진압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쌍용차 강제진압은 당시 청와대에 의해 최종 승인됐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사건은 국가폭력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 등 각종 대테러 장비가 총동원된 당시의 강제진압은 불법과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했던 공권력 남용었다는 게 중론이다.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는 물론이고 최루액 살수를 위해 헬기까지 동원되는 강도 높은 노조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후 쌍용차 사태의 여파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30명이 넘는다.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의 실체는 지난 9년 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조사위의 조사 결과는 당시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계획을 최종 승인한 주체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주고 있다. 이는 아수라장이나 다름이 없었던 당시의 노조 강제진압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검·경, 사측의 치밀한 계획 아래 진행되었음을 시사해 준다. 


ⓒ 오마이뉴스

조사위의 이번 보고서에는 특히 주목해야 할 이름이 있다. 노조 강제진압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 전 청장은 당시 직속상관이었던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직접 접촉해 강제진압을 승인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에 따르면 8월 4일 있었던 첫번째 강제진압은 강 전 청장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위는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과정에서 조 전 청장이 강 전 청장의 지시를 묵살하고 청와대의 승인을 받아 독단적으로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실제 조 전 청장이 지휘체계를 무시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사위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8월 4~5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던 경찰의 강제진압을 반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사협상의 진행 과정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치안 최종책임자인 강 전 청장의 반대에도 작전은 감행됐다. 

조 전 청장의 독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7월 31일 '특공대 쌍용자동차 상황출동 관련 업무지시(통보)' 지침을 통해 "경찰 특공대는 대테러 장비는 경찰청 경비국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출동 시 휴대치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는 불법폭력, 불법집회에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고 강력범을 제압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진압과정에서는 강 전 청장이 사용을 금지시킨 테이저건, 다목적발사기는 물론이고 2급 발암물질인 다이클로로메탄이 혼합된 최루액이 든 물 20만리터가 헬기를 통해 시위대에 살수되기까지 했다. 직속상관인 강 전 청장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조 전 청장은 지휘체계를 뛰어넘어 강제 폭력진압을 감행한 셈이다. 조사위는 이 과정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이후 조 전 청장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0년 1월까지 경기지방청장을 역임한 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거쳐 2010년 8월 16대 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을 반대했던 강 전 청장은 2011년 건설현장 식당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6개월의 원심 확정 판결을 받았다. 쌍용차 노조 강제진압 과정에 서있던 두 사람의 극명한 대비다.  


ⓒ 오마이뉴스


조 전 청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2010~2012년 경찰청 보안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댓글 공작에 앞서 경찰은 이미 쌍용차 파업 사태 당시 댓글 작업을 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조 전 청장이 경찰의 댓글 공작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조 전 청장이 7월 2일 경기청 산하에 50여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하고 관련 보도에 적극적으로 댓글 작업을 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대응팀이 쌍용차 노조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경찰 활동과 관련해서는 우호적인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조 전 청장이 지난달 29일 <한겨례>와 했던 인터뷰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조 전 청장은 "집회·시위를 비롯해 경찰 관련 쟁점에 대해 인터넷에 댓글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대응팀 운영과 관련해서도 조 전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낼 때는 정보과 경찰을 중심으로 50여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일 때는 70~80명 규모의 사이버 대응팀을 구성했고, 경찰청장 재임시절에도 사이버 활동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이 전방위적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찰은 쌍용차 사태를 비롯해 천안한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한미 FTA, G20 정상회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 등 각종 사회 현안에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위법 행위를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경찰이 외려 여론 조작에 앞장서고 있었던 셈이다. 

조 전 청장은 현재 댓글 공작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댓글 작업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고, 정치공작이라는 말은 터무니없고 여론조작이라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범죄예방 차원으로 진행된 일"이라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장면은 기시감이 있다. 국정원 댓글 공작의 위법성을 한사코 부정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데자뷰다. 

그러나 댓글 공작을 완강히 부인하던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월 19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확정받고 현재 구속 수감 중에 있다. 이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수사를 앞두고 있는 조 전 청장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조 전 청장이 사면초가에 빠진 모양새다. '민중의 지팡이'였던 그 때, 그가 했던 바로 그 일들 때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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