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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정희와 세월호, 누가 더 '세금도둑'인가

지난 26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전남 진도군 관매도 사고 해역에서 진행중인 세월호의 단계별 선체 인양 공정을 지켜봤다. 이날 실지 조사에는 특조위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소위원장), 진상규명국 조사과장 등 조사관 11명과 4·16 가족협의회, 미수습자 가족 등 20여명이 함께 했다.

세월호 인양 공정은 약 1만톤에 이르는 선체 하단에 리프팅빔을 넣은 뒤 빔 양 끝에 와이어를 걸고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 안전망 설치와 부력 확보 등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빠르면 오는 7월말까지 인양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특조위는 오는 6월말 종료되는 특조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특별법이 보장한 기간 안에 선체 인양과 특조위 조사활동을 마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장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해 6월말 종료되는 활동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건 잘못된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며 "활동 기간 연장은 특별법이 정한 1 6개월에 기간을 추가하는 것이다. 특조위 입장은 활동 기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특조위의 주장이 활동 기간의 '연장'이 아닌 '보장'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연장' '보장', 이 둘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둘러싼 정부와 특조위 사이의 괴리가 바로 이 부분에서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정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은 특별법이 발효된 2015 11일이 기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조위 예산도 오는 6월까지만 편성한 상태다. 그러나 특조위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특별법이 발효된 시점에는 특조위가 구성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의 주장은 억지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키를 쥐고 있는 선체 인양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정부와 특조위 사이의 극명한 인식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활동 시작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는 특조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조위 구성을 마치고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9월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공포한 511일이 기준이라는 견해도 있으며, 특조위원들이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39일을 시작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특별법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7(위원회의 활동기간)에 따르면,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한 차례에 한해 활동 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월호 특별법은 '위원회의 구성을 마친 날'을 특조위의 활동 기한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분명하게 못을 박고 있다. 이는 시점의 논쟁은 있을지언정 11일이 특조위 활동의 시작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법률에 위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위원회 구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11일을 특조위 활동 기간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그들에게 세월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이 추론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나타나고 있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일관된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박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45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도 같는 맥락이다.

그는 "세월호 특조위가 오는 6월까지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인건비도 거기에서 한 50억 정도 썼다고 알고 있다"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 부분은)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런 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잘 협의하고 그렇게 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국회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세금 문제를 들어 특조위의 활동 기한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이 사람이 유가족들이 여한이 없도록 철저하게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 오마이뉴스


세금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 예산은 4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인 2014년에 비해 3배나 증액된 액수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민희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인 2014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예산은 2015년 예산을 포함해 7년 동안 무려 135650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예산투입액을 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09 28억원, 2010 23억원이던 관련 예산은 2011 142억원, 2012 190억원, 2013 147억원, 2014 134억원을 기록하더니, 2015년에는 4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 20억원 대에 머물던 예산이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주목받던 시절부터 급속도로 증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국비와 지방자치예산이 함께 투입되며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박정희 신격화의 중심인 구미를 필두로 서울 중구와 상암, 경북 포항과 문경, 청도군, 강원도 철원과 양구, 울릉도에 이르기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이를 기념하기 위한 '흔적남기기'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려는 사람들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다. 죽은 독재자를 기념하기 위해 국민혈세를 '펑펑' 쓰고 있으면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사용되는 세금은 아깝다고 말하는 사회다.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이 극명한 대비의 한가운데에 박 대통령이 있다.

 

특조위 활동 기한 연장에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박 대통령의 인식은 특조위를 '세금 도둑'에 비유했던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진상규명을 세금 문제와 연계시키는 치졸하고 무책임한 대통령. 세월호에는 세금보다 중요한 사회공동체적 가치들이 녹아있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리고 이 나라는 세월호 참사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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