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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주민과 세월호, 진실을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다

20대 총선에서 박주민 후보는 서울 은평갑에 출마해 당선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전략 공천을 받았던 그는 '세월호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지난 1 25일 더민주에 입당한 그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했던 그의 성향으로 미루어 진보정당에 입당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박주민 후보가 더민주보다는 진보 정당에 어울린다는 것은 그의 이력이 말해 준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 대리인을 맡기 이전부터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들의 법률지원을 맡아왔다. 또한 경찰차벽과 야간시위 금지조항 등 논쟁적 이슈들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진보적 가치의 구현을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던 그가 진보정당이 아닌 중도성향의 더민주에 입당했으니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민주 입당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의혹어린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때문'이라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당연히 '세월호 지우기'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현실적으로 더민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세간의 의혹과 의심에 대해 그의 답은 이처럼 아주 단순명료했다.



ⓒ 오마이뉴스


세월호가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보다 강한 야당의 힘이 필요했다던 박주민 후보는 결국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최홍재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그가 승리하자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그의 당선보다 더 큰 화제거리는 따로 있었다. 박주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인형탈을 쓰고 선거운동을 했던 분들이 세월호 희생자의 부모들이라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탓에 박주민 당선자도 나중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희생자의 부모들은 박주민 후보 선거사무소의 청소일을 도맡다시피 했고, 매일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한 마음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인형 안에서 경민이 어머니와 영석이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선거사무소 구석구석을 쓸고 닦던 권미화씨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코 끝이 저려온다


오죽했으면, 그리고 얼마나 절실했으면. 심연 가득히 채워져 있을 간절함과 절박함, 진상 규명을 위한 끝모를 허기가 그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일 것이다. 국가, 정부, 의회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은 박주민 후보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졌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세월호 마케팅'에 주력했던 박주민 후보는 지역민의 선택을 받고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416일은 세월호 2주기였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이날 분향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한다는 점에는 이들의 마음은 박주민 당선자나 유가족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모두가 세월호를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 참석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그들이 말한 정치적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행사에 불참하는 것이 그보다는 훨씬 더 정치적으로 비춰진다.

어디 이뿐인가. 세월호 참사 2주기에 진도로 '쫄복탕'을 먹으러 오라는 개념없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이 숙연한 날에 술과 고기를 곁들인 단합대회를 여는 새누리당 당원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단순교통사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가족과 희생자들에게 무시무시한 저주와 인신공격을 퍼붓는 사람도 여전하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처럼 세월호특별법 개정보다 민생을 더 우선시하는 정치인도 있다.



ⓒ 오마이뉴스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반응들은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난다. 당연한 일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주체들의 가치와 신념의 문제이며, 인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들의 행위 역시 각자가 소신껏 판단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꺽이지 않는 의지와 집념이다. 비록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을지라도, 밝혀진 것이 없을지라도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세월호 정국이 오늘에 이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주민 당선자의 국회 입성 역시 그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빛나는 성과 중의 하나다.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진실을 향한 염원이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희망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채색되어진다. 바라기는 저들의 분투가 현실에서 꼭 열매를 맺게 되기를 고대한다.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상식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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