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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정부, 남아있는 3년의 역설에 대하여

아주 오래 전에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 날에)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를 생각해 보는 글을 포스팅 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으로 촉발된 국정난맥을 수습하기 위해 단행한 개각과 청와대 조직개편을 보면서 필자는 문득 그 글이 떠올랐다. 그 당시 필자가 우려했던 내용들은 어느 것 하나 예외할 것 없이 현실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대선 공약들 중 다수가 지켜지지 않았다. 그녀는 대선 기간 내내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이념이 민생"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 민생이 지금 죽지 못해 아우성이다.

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독립된 검찰을 만들겠다더니 그 검찰이 박근혜 정부를 지키는 충견이 되어 있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오래 전에 폐기되었고, 방송과 언론은 연일 '박비어천가'를 외쳐 댄다. 남북관계는 입으로만 '대박'일 뿐 현실은 완전히 '쪽박'이다.

민주주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더니 지금 민주주의는 고사 직전의 위기상황이다. 시민의 권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침해받고 있는 반면 집권층을 위한 공안통치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겁나서 댓글조차 못달게 될 것"이라더니 시민들은 이제 무서워서 정권 비판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지경이 됐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편협한 인식과 철학의 빈곤, 그리고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정치스타일이 결국 국가와 국민을 불행으로 이끌 것이라는 당시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어디 필자 뿐이었을까, 박근혜 대통령 이후 이 땅의 시민들과 민주주의가 마주해야 할 고난과 시련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사람들이.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대선전략처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함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자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권위적이고 직설적이며 거칠기만한 정치환경이 달라질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치인 '박근혜' 앞에 늘 따라다니던 대명사였던 '원칙과 신뢰'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민망하기 그지없는 저 수식어는 당시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에게 속고만 살아온 유권자들의 울분을 녹여줄 '공인인증서'와도 같았다.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과 부드러운 감성, 그리고 한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원칙과 신뢰. 이는 새누리당이라면 쓸게라도 꺼내 줄 수 있는 특정지역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중도층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욕망을 채워줄 대리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가 낙담과 실망으로 뒤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시절부터 기초노인연금 공약파기 논란으로 불안감을 안겨주더니 이후 각종 대선공약 파기 논란과 인사파문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 보였다.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자애롭고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원칙과 신뢰 역시 독단과 독선, 오만과 아집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민과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내팽개 쳐졌다. 자신은 지킬 약속만 한다고 말했지만 도대체 지켜진 약속이 뭐가 있는지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찬 박근혜 정부의 국정난맥과 잡음 속에 늘어가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한숨과 시름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개각을 단행했다. 정국을 집어삼켰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에 중심에 있던 '문고리 3인방'은 보직만 조정되었을 뿐 그대로 유임되었다.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는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자리를 유지했다. 몇 개의 특보단을 새롭게 만들고 조직의 일부를 개편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 개각과 청와대 조직개편은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에는 한참은 모자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은 이번 개각으로 청와대 쇄신이 다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니 국민들의 마음이 더 멀어지고 돌아설 수 밖에. 이제는 기대는 커녕 정권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한마디로 꼴도 보기 싫다는 뜻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정운영의 심지적 마지노선이었던 40%가 무너진데 이어 레임덕의 기준이라는 30%도 위태로워 보인다. 이는 여론조사의 허수를 감안해 본다면 전통적 지지층의 마음도 허물어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를 증명하듯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본향인 대구경북과 60대 이상의 연령층을 제외하면 전지역과 전계층에서 급격한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요지부동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자신만의 절대권력으로 인식하는 위정자의 잘못된 모습만 점점 도드라져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이쯤되면 시쳇말로 답도 없고 방법도 없다.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이 따로 없는 요지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럴 땐 차라리 큰 위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전철대로 헌법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남은 임기는 이제 고작 3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2년을 떠올려 보면 남아있는 3년이 그저 아득하기만 한데, 그 3년이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된다. 이 기막힌 역설이 눈물나게 고맙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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