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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디스가 알려주는 한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을 당혹케하는 보고서가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로부터 나왔다. 8일 발표한 '연례 신용분석보고서(Annual Credit Analysis)'에서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Aa2)로 유지한 것.

무디스는 "계속되는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리스크 노출에도 한국의 경제적, 재정적 펀더멘탈이 매우 강하다"라며 "무역 의존도로 인한 단기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비슷한 신용등급을 가진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다각화돼 있으며 경쟁력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단가 하락 등 대외 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적·제도적 강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등급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진단하며 경제 상황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지난 2015년 12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Aa3)에서 'Aa2'로 상향 조정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등급을 유지시키고 있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3년 간의 경제성과에 대한 무디스의 총체적 평가라고 본다"라며 "우리나라가 대외·재정 부문 건전성을 유지해 나가면서 경제활성화 및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독일·캐나다·호주·싱가폴·네덜란드·스위스·뉴질랜드·덴마크·스웨덴 등이 최고 등급인 'AAA'(Aaa)를 받았고, 핀란드·오스트리아가 그 다음 등급인 'AA+'(Aa1)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영국·UAE·홍콩 등과 함께 'Aa2'를 받았고,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2단계 아래인 'A+'(A1)였다.

무디스의 보고서는 '경제 위기론'으로 연일 정부·여당을 맹폭하고 있는 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돼 주목된다. 한국당 등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우리나라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터였다.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제3자의 평가는 객관적 지표로써 아주 유용하다. 무디스의 보고서가 남다른 이유일 터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과 경제상황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한 무디스의 보고서는 한국당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파탄", "경제폭망" 주장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이같은 내용은 무디스의 보고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OECD가 지난 3월 발표한 '중간 경제 전망'(Interim Economic Outlook) 역시 한국당 등의 주장이 과도한 정치공세라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6%로 전망했다. OECD는 "글로벌 교역과 세계성장 둔화의 영향 때문"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확장적 재정과 낮은 물가상승률이 국내 수요를 뒷받침 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의 악화로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실제 보고서는 G2인 미국(2.7%→2.6%)과 중국(6.3%→6.2%)을 비롯해 독일(1.6%→0.7%), 프랑스(1.6%→1.3%), 일본(1.0%→0.8%), 캐나다(2.2%→1.5%), 영국(1.4%→0.8%) 등 대부분 국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경제 성장률 하향이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나라는 뜻이다.

 

ⓒ 비니니스포스트


그러나 한국당 등은 이같은 사실은 거론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만을 부각시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내표가 지난 3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2019년도 한국경제성장률을 2.1%로 대폭 낮췄다. OECD 역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라며 "좌파정권이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맹비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공감을 얻으려면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 상황이 함께 제시·비교됐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률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하향되었을 경우라야 설득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살펴본 것처럼 OECD에 속한 국가 대부분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면 얘기는전혀 달라진다.

객관성이 결여된 주장은 억지이거나 왜곡·선동에 가깝다. 나 원내대표의 논리대로라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 OECD 선진국들의 경제 역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더욱이 이들 나라들의 경제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점에서 나 원내대표의 주장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OECD,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 등도 한국당 등이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당 등은 경제성장률, 물가지수, 실업률, 취업자 증가율, 국가채무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통계의 일부분만을 인용한 자의적 주장이라는 것이다.

 

실제 각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한국당 등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했다. 미국(2.9%), 오스트리아(2.7) 등과 비슷하고, 독일(1.4%), 영국(1.4%), 프랑스(1.5%), 스위스(2.5%), 호주(2.3%), 캐나다(1.8%), 핀란드(2·2%), 덴마크(1.2%), 노르웨이(1.4%), 일본(0.8%) 등 선진국 대부분이 우리나라보다 낮게 집계됐다.

물가상승률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1.5%로 OECD 평균인 1.7%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2.4%), 영국(2.3%), 캐나다(2.3%), 노르웨이(2.8%), 독일(1.7%), 호주(1.9%), 네덜란드(1.7%), 스웨덴(2.0%) 등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 중 일본(1.0%), 핀란드(1.1%), 스위스(0.9%), 덴마크(0.8%) 등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8%로 집계됐는데 이는 OECD 평균인 5.6%보다 낮은 수치다. 프랑스(9.1%), 이탈리아(10.6%), 스페인(15.3%), 핀란드(7.4%), 스웨덴(6.3%), 캐나다(5.8%), 영국(4.4%), 미국(3.9%) 등 대부분 국가의 실업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3.4%), 아이슬란드(2.7%), 일본(2.4%)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낮게 조사됐다.

이밖에도 국가의 재정과 경제 건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는 재정수지비율(2.8%)과 정부부채비율(42.5%), 경상수지비율(4.7%) 등도 2017년 기준 OECD 평균(-0.4%, 94.4%, 2.5%)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종 경제지표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한국당 등이 주장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내일이라도 당장 경제가 망할 것처럼 정부·여당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 기조와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좌파정권이 나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정보 과잉의 시대,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무디스 보고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신력있는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파적 입장에 따라, 정치공학에 따라 이리저리 춤을 추는 대한민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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