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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의 평창 '내로남불', 기억상실이라도 걸렸나

집단적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것일까. 수 십년 전의 일도 아닌 불과 몇 년 전의 일을, 그것도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했던 일들을 까맣게 잊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목청껏 외치는 일단의 부류가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부르며 연일 색깔론 공세에 여념이 없는 자유한국당이 그 주인공이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을 평창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에서 파면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지 사흘 만에 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20일 시작된 이 청원은 청와대가 '한 달 내 20만명 이상의 청원이 있을 경우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요건을 채워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아주 뜨겁다는 얘기다.

해당 글을 게시한 청원인은 "서울올림픽 이후 두번째 올림픽인 만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평창올림픽이 크게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밝히면서, 나 의원이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며 IOC, IPC에 단일팀 반대 서안을 보내고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한다는 기사를 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위원직을 이렇게 개인적, 독단적으로 사용해도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올림픽에 대한 상징, 국익보다 평창위원회 위원직을 갖고있는 국회의원 한 명의 독단적 사고와 본인 위주의 흥행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 위원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창올림픽의 성공과 흥행을 위해 앞장서야 할 나 의원이 외려 찬물을 끼얹고 있으니 조직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다.

불과 사흘 만에 20만명이 넘는 국민청원이 이뤄진 데에는 나 의원의 과거 행태도 크게 한 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2년 당시 '2013 평창스페셜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었던 나 의원이 대회에 북한 선수를 초청하겠다고 밝힌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나 의원의 과거(?)가 복수의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기록적인 청원행렬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나 의원은 2013년 6월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3 평창스페셜 동계올림픽'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SOI) 경기위원회 방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북한 선수단 초청을 위해서 공식,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며 "언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SOI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한국당이 보여주고 있는 '내로남불' 행태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3일 의미심장한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의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 의원들이 '우리는 하나다', '평화와 통일의 슛 골인'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날 우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얼마나 보기 좋나. 이런 모습이 북한의 선전·선동에 놀아난 모습이냐"라면서 "한국당 정권이 하면 평화 올림픽이고 문재인 정부가 하면 아니라는 말인가. 세상에 이런 억지가 어디 있느냐"고 비난했다. 자기들이 집권할 때는 북한 구애에 적극적이었으면서, 야당이 되자 거품 물고 달려들며 재를 뿌리고 있는 한국당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새누리당이 북한에 쏟아부은 노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 응원단 초청 협상이 난항을 겪자 우리 항공편이라도 보내서 북한 응원단을 데려와야 한다는, 지금의 한국당 잣대로 보자면 '경천동지'할 주장까지 내뱉을 정도였다. 평소 북한 관련 이슈에는 무조건적으로 반대와 비판을 하고, '종북', '친북' 등의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시민을 통제해왔던 그들의 행태를 떠올려보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오마이뉴스


한국당은 논란이 되고 있는 남북단일팀 구성 및 지원과 관련해서도 말을 바꾸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 당시 여당이 지지결의안도 내고 특별법도 만들었다"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 이게 열리면 동북아 평화와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단일팀이 되면 행정적인 지원을 정부가 지원해야 된다. 재정적 지원까지 해야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의 주장대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창올림픽 특별법) 제85조 2항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이에 대하여 행적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평창올림픽 특별법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한나라당( 현 한국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김성태 의원과 장제원 의원 등 당시 한나라당 의원 40명이 공동 발의했다. 그랬던 그들이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림픽은 전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축제의 장이며, 정치 논리와 이데올로기를 떠나 지구촌이 하나되는 평화와 화합의 스포츠 제전이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은 남북단일팀이 참가하는 첫번째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것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일팀 성사의 역사적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북한의 참가와 남북단일팀에 대해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열어줄 획기적 사건"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의 국가 행사가 이번처럼 정치논리에 의해 갈갈이 찢기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적 대사가 당리당략에 의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에 여야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당은 딴 마음(?)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비이성적 행태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만 해도 한국당은 한반도기 입장, 단일팀 구성, 북한 사전점검단 방남 등 사사건건 문제를 삼으며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한국당의 행태는 결국 범국가적 행사인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가로막으려는 정치적 의도라고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주도로 평창올림픽 특별법까지 만들고,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는 북한을 초청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던 그들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을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놓고 북한 선수단을 응원하는 종북행위(?)까지 자행했던 그들이었다.

집단적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렸다면 모를까 자신들이 기를 쓰고 추진했던 국가 정책을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 듯 바꾸고 있으니, 이를 당리당략에 의한 몽니이자 딴지 걸기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는가 말이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럴 터다.

뉴욕타임즈, CNN, BBC 등 외신들조차 평창올림픽 남북 동시입장과 단일팀 합의 등에 대해 평가하고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당만 딴 세상에 산다. 세계인의 겨울축제이자 남북 신뢰 회복과 한반도 안정, 세계 평화의 장이 되어야 할 평창올림픽의 흠집내기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국가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익'을 외치더니, 야당이 되자 딴소리다. 달리 한국당을 향해 '내로남불'의 극치이자, '끝판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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