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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과 총리,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결국 예상한 대로였다. 국회는 어제(18일) 황교안 후보자를 박근혜 정부 3기 내각을 이끌 국무총리로 인준시켰다. 이날 국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표결에 참석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었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시켰다. 교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는 지난 12일 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단독으로 채택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7대 6이라는 인사청문특위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야당의 반대를 일축했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은 156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새정치민주연합은 119명 전원이 반대했다. 5석을 가진 정의당은 전원 표결에 불참했다. 각 정당들이 보여준 행태는 각각 '파렴치'와 '무기력', '소신'으로 명명될 수 있을 듯 하다. 새누리당은 후안무치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약했으며, 정의당은 당당했다. 역사상 최악의 총리 후보자였던 황교안 총리는 이렇듯 새누리당의 뻔뻔함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력함 속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날 황교안 총리는 56.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세번째로 낮은 찬성률로 사실 상의 반쪽 총리라는 얘기다. 황교안 총리에 대한 부적격 여론은 일반 시민들과 각계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는 더욱 도드라진다. 그는 인사청문과정에서 드러난 전관예우, 병역의혹, 탈세, 변호사 시절 로비의혹, 청문회 자료제출 지연, 정치·이념·종교적 편향성 논란 등으로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 황교안 총리에 대한 여론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42.3%로, '적합하다'라는 의견(35.7%)보다 높게 나왔다. 그보다 하루 앞선 10일 경실련이 발표한 전문가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경실련이 지난 8~9일 정치·행정·사회·경영학자·법학자·법조인 등 전국의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대여론이 8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의 '부적격 판정'에 이어 각계 전문가 집단의 80%가 '부적합하다'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들은 모두 황교안 총리가 메르스 사태 극복과 극심한 경기침체, 최악의 가뭄 사태 등 산적한 민생현안을 해결하고 국민통합과 책임총리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에는 도덕적으로 흠결이 너무 많고, 정치·이념·종교적으로 지극히 편향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국정을 통솔하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문가 집단의 압도적인 반대조차 그의 국무총리행에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국회는 인준을 가결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했다. 국민여론을 역행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는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위장전입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서의 장관에 위장전입 전력자를 대놓고 임명하고,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고 칼럼을 대필토록 강요한 사람을 서스럼없이 교육부장관에 임명하겠다 하는가 하면, 과거 정치공작을 일삼던 자신의 측근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박 대통령의 상식파괴 인사에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적응이 안되는 것은 비단 인사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황교안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전 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전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황 총리가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돼야 한다""중단없는 개혁"을 주문했다. 그녀는 부정 부패 의혹으로 국민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은 당사자더러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구렁이 제 몸 감춘다더니 이만하면 어불성설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적응이 안된다. 어지럽고 아찔하다. 


박 대통령의 황교안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촬영한 기념사진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부의 무능과 대응 실패로 메르스가 창궐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명을 넘어서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데, 각종 부정부패 의혹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국무총리를 임명한 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메르스와 경제난, 때아닌 가뭄 등으로 국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보편적 상식을 거스르는 인사를 또 다시 강행한 박 대통령과 황교안 신임 총리의 얼굴에는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 있다. 이상한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참으로 이상한 풍경으로 저들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박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옵니까?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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