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가 따로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벗어난 비밀주의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일방통행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정부에 이어 최근 새누리당은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국정교과서의 대표 집필진조차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법령 위반과 불투명한 예산집행, 민의를 왜곡하는 여론 조작까지 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국정교과서를 관찰시키면서 약속했던 집필과정의 투명성마저 걷어 차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저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도 두려운 것일까.
ⓒ 뉴스 1
상식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대다수 국민들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국정교과서가 가치중립의 역사문제에 권력이 개입하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며,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문제삼고 있는 정부 여당의 우편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조차 채택하지 않는 국정교과서의 퇴행성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태도가 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기저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여당도 집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이어 이제는 대표 집필진마저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부분의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집필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대표 집필진에 이름을 올린 최몽룡 교수가 불미스럽게 사퇴하자 내린 결단이 집필진의 비공개 방침인 것이다. 이제 믿을 것이라고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는
정부 여당의 '말' 하나 뿐이다. 국정교과서는 시대적 사명이라며 대대적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정부 여당의 '대의'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다.
ⓒ 연합뉴스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은밀하게 'TF 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법령을 위반해가며 예산을 집행하고,
국정화 찬성 여론을 조작하고, 집필진의 공개마저 비밀로 부치는 정부 여당의 모습은
그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 여당은 국정교과서가 시대적 사명이고, 그래서 떳떳하고 정당하다면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려는 정부 여당의 행태에서 보편적 상식과 합리적 이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어떻게든 국정교과서를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집착과 아집, 독선과 광기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표현은 누구나 들어봤을 사회공동체의 도덕율이다.
목적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수단이 올바르지 못하면 과정의 의미가 퇴색되고 변질되기 마련이다. 칸트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아무리 좋은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행위가 비윤리적이라면 그 자체로 악한
것이라 규정했다. 고언의 진정한 힘은 시대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보편성에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고언 역시 사회공동체의 보편적 도덕율이자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는 가치중립의 역사문제에 권력이 개입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 목적 자체부터 불순하기 그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마저 상식과 이성에 반하는 모습만 난무하고 있다. 그 결과 집필진을 공개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사회공동체의 도덕률과 철학을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이를 깡그리 부정하고 있다. 저잣거리의 시정잡배나 할 짓을 정부와 여당이 앞장 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 무엇을 감추려 하는 것인가. 이것이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여기겠다던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할 짓이란 말인가. 참으로 나쁜 대통령이요, 무도한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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