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칼럼은 어제 쓴 글의 후속편이다. 어제 쓴 칼럼이 한국당과 민주당으로 양분돼 있는 기득권 양당체제의 폐해와 강력한 제3당이 출현해야 하는 당위를 설명한 것이라면, 오늘 글은 다분히 유권자의 입장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두가 잘 아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 우화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이 우화의 핵심인물은 '양치기 소년'이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그의 거짓말은 이 우화를 이끌어 가는 실질적인 동력이 된다.
그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우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유일하게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입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계획(거짓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인물이고, 목적(재미)에 집착한 나머지 해서는 안되는 짓을 되풀이 하는 영악한 인물이다.
반면, 소년의 대척점에 '마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소년에 비해 지극히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며 평면적인 인물이다. 소년의 행동이 있을 때에만 반응하며, 거듭된 거짓말에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들에게선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만약 마을 사람들이 사태의 본질을 직시했더라면 소년을 대체할 사람을 찾아보거나 적어도 그를 감시할 누군가를 곁에 두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마을 사람들은 소중한 양떼를 늑대에게 모두 잃고 만다. 추측컨대 마을 사람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관성의 지배 아래 놓여 있는 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 우화의 서사구조가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과 대단히 유사하다는 사실이다.
'정치인(양치기 소년)'은 권력(재미)을 얻기 위해 '유권자(마을 사람들)'를 불러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서슴없이 '늑대'라는 '상품(정책, 공약)'을 가공해 낸다. '유권자(마을 사람들)'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인 '늑대'는 여러 형태로 변형되고 변주돼 간다.
그런 면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외침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습니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습니다", "군 복무를 단축하겠습니다", "상설특검제를 실시하겠습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 "개헌을 하겠습니다", "선거제도를 개혁하겠습니다" 등의 각종 선거공약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이 우화와 마찬가지로 현실 정치에서도 유권자는 여전히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며 비주체적이다. 정치인들의 뻔한 거짓말에 속고, 또 속고, 그리고 다시 또 속는다. 이쯤 되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거짓말을 하는 '정치세력'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들의 실체를 알면서도 계속해서 찍어 주는 '유권자'가 더 문제인가?
분명한 것은, 지난 수 십년의 세월이 입증하고 있듯이, 정치인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실 정치의 비극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우화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안일한 대처는 결국 양떼를 모두 잃는 결과로 이어진다.그러나 어쩌면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닐 지도 모른다. 만약 그 이후에도 소년이 여전히 양 떼를 돌보고 있다면 어떨까.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을 듯하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의 우화는 비극으로 끝난다. 나는 우리의 현실은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현실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소중한 양 떼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비극으로 점철된 우화 속 세상과는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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