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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새정치, 세월호특별법에 명운을 걸어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이하 박영선 위원장)는 요즘 가장 HOT한 정치인이다. 그녀는 지난 2007년 이명박의 광운대 BBK 동영상으로 잿팟을 터뜨린 이후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부도덕의 화신이자 상징인 이명박의 저격수로 드높은 위상을 펼치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쭈그러든 조롱박 신세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기서 차이고 저기서 들이대는 탓에 깨지기 일보직전인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중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뚜렷한 소신과 주관을 가진 강단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던 이 여인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7•30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과 당쇄신을 위해 스스로 독배를 마신 박영선 위원장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박영선 위원장이 곤경에 처한 근본적인 이유는 세월호 특별법의 독단적(?)인 합의에 있다. 기소권은 커녕 수사권까지 빠져 있는 특별법을 새누리당과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에 유가족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두고 각계각층에서 민의에 반하는 야합이며 굴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박영선 위원장을 지지했던 당내 그룹들도 날선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특별법을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박영선 위원장의 입장과 해명은 이미 분기탱천해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녀는 세월호 특별법의 재협상 카드를 내밀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시쳇말로 죽도 밥도 아닌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박영선 위원장이 들고 나온 세월호 특별법의 파기와 재협상 카드는 명분과 실속을 챙기기 힘든 자충수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미 여•야간 합의된 룰을 스스로 깨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재협상에 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결기가 꺽일 대로 꺽여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대한 역풍으로 합의 파기와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은 싸움으로 치자면 배수의 진을 친 격이나 다름이 없었다. 여•야간 신의와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난과 돌팔매를 감수하고 대의를 향해 결연히 돌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기는 커녕 일말의 투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로 느긋해 하고 있던 새누리당을 당황케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의 극단적 카드의 목표가 겨우 특검 추천 몫 한명 더 챙기기에 머물러 있었다. 빈수레도 이만한 빈수레가 없고 초라해도 너무나 초라하기 그지 없다. 


물론 야당쪽 특검 추천 몫을 한 사람 더 늘리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국회 추천 몫 4인 중 여•야 동수인 2대2에서 야당측이 한사람의 특검 추천권을 더 확보하게 되면, 야당측 3인과 세월호 참사 유족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변협회장이 함께 특검추천위 의결정족수를 확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소박하기 그지없는 바램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조차 할 수 없고, 이 간절함이 기적처럼 하늘에 닿아 새누리당의 얼어붙은 마음을 움직인다 해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데에 있다. 


관련글 ☞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 (클릭)


관련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은 전혀 특별하지도 않을 뿐더러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커녕 그 본질에도 근접하기 어렵다. 더구나 청와대 및 정부여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닿아 있는 이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마저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영선 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작 야당측 특검 추천 몫 하나 더 챙기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모습은 새누리당보다 더 낡고 고루한 이 정당이 왜 국민들로부터 점점 유리되어 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비근한 예다.




'독도 지킴이'로 널리 알려진 가수 김장훈씨는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단식에 동참했다. 보수세력에 의해 대표적인 종북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힌 김제동씨는 세월호 특별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문성근 민주당 전 최고 위원 등 21명의 사회인사들도 유가족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인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준비모임'의 일원인 봉준호, 박찬욱, 변영주, 신연식, 임순례 감독과 배우 문소리, 고창석, 장현성, 조은지 등도 일일단식에 참석하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저들이 정치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사명감과 정의감이 가슴 속에 녹아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들이 정권과 체제에 반기를 드는 불온한 사상에 물들어 있는 종북좌파들이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호승심의 발로일까. 그 자세한 속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것 한가지는 분명하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루어 져야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다름 아닌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에 있다는 것 말이다. 


영점이 잘못 잡혀있는 총으로는 목표물에 절대로 타격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 영점이 잡혀있지 않는 총을 가지고 적과 맞서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정당은 이전에도 민주주의 회복과 헌법가치 수호라는 대의와 명분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며 국민여망을 허망하게 꺽어버린 전력이 있다. 이쯤되면 이 무능하고 무기력한 정당을 통해 민주정부 10년의 설익은 향기를 맡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경이에 가깝다.


무색무취한 정치정당의 길을 가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자의반 타의반 이 정당의 방향키를 잡게 된 박영선 위원장은 국민들의 바램이 어느 지점에 머물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직시해야만 한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공방은 상식과 비상식, 이성과 비이성 간의 오래된 싸움이다.어쩌면 이번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가 걸려있는 최후의 전투가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영선 위원장은 상식과 이성에 대한 보다 확고한 믿음은 물론 다수 국민의 보편적 상식에 대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박영선 위원장, 세월호 특별법에 당신들의 명운을 걸어라.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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