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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나경원 후보, 아무리 다급했기로 서니

7•30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재보선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아닌 탓에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반영하듯 역대 재보선 투표율은 평균 30% 중반대를 유지해 왔다. 이번 재보선 역시 과거와 비슷한 투표율을 보일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특히 이번 재보선의 경우 휴가철과 겹치는 선거일정 상 투표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끝난 후 이와 같은 예상은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투표율이 사전투표를 처음 도입한 지난해 4•24 재보선과 10•30 재보선의 6.93%와 5.45%보다 높은 7.98%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은 과거보다 높게 나타날 확률이 높아졌고, 투표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야의 정치적 속내도 복잡해졌다. 통상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한 것이 정설이고 보면 투표율이 이번 재보선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번 재보선 지역 중 필자가 특히 눈여겨 보고 있는 지역은 서울 동작을이다.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와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가 격돌하는 동작을은 이번 재보선 최대의 격전지 중 하나다. 선거 초반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나경원 후보가 여유있게 앞서 가던 선거판세는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의 후보사퇴에 이은 야권연대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기동민 후보의 사퇴직후 발표된 여론조사결과는 선거판세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권연대 이전 노회찬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에서 10%가 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던 두 후보간의 격차는 야권연대 이후 나경원 42.7%, 노회찬 41.9%의 초박빙으로 집계되었다. 기동민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가 만들어낸 -더 정확히는 노회찬 후보의 승부수가 만들어낸- 야권연대가 동작을의 표심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느닷없는 야권연대로 선거승리를 낙관하던 나경원 후보측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나경원 후보 측은 지지율 고공행진에 고무되어 네거티브 없는 조용한 선거운동을 해오던 터였다.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람은 감추어져 있던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야권연대로 선거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새누리당과 나경원 후보 측이 유권자에게 익숙한 민낯을 슬그머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거 국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소•고발전이다. 나경원 후보측은 노회찬 후보측이 세월호 특별법 통과 서명을 가장한 불법•편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노회찬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을 동작구선관위 및 검찰에 고발했다. 나경원 후보측은 정의당이 선거운동에 사용하고 있는 노란색과 세월호 관련 단체 회원들이 불법으로 노회찬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그들의 무사생환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노란리본의 색깔과 정의당이 지난 1월 선정한 공식 PI(Party Identity)속에서 정치공세의 접점을 발견해낸 저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재보선이 끝나기 전까지 유권자들은 이제 노란 옷과 노란 우산, 노란 모자는 물론이고 노란 단무지도 먹어서는 안된다. 한심하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 대책없는 황당함이다. 





"야권 후보 야합으로 나경원 후보가 어렵습니다. 나경원 후보를 살려 주세요. 지역 일꾼 나경원을 살리면 동작이 살아납니다. 나경원이 살아야 정치투쟁만 일삼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측은 지난 28일 대량의 선거운동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야권후보의 연대가 야합인지는 모르겠으나 나경원 후보가 초조하고 불안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경원 후보측은 이 문자를  어이없게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에게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나경원 후보측이 문자를 대량 전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촌극으로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선거초반의 마음가짐은 사라지고 네거티브와 구걸에 가까운 읍소전으로 구태 선거풍토를 재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살려달라"는 나경원 후보의 문자는 유권자에게는 매우 낯익은 풍경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새누리당은 선거철마다 "살려달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대선자금 차떼기로 당이 존폐위기에 처해있을때 부터 시작해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 재보선 가릴 것 없이 선거 때만 되면 없던 눈물을 흘리고, 피켓을 들고, 문자를 보내며 "제발 한번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해왔다. 값싼 동정만큼 구질구질한 것도 없다. 저들은 유권자의 호의를 언제나 배은망덕으로 되갚았다. 





나경원 후보의 간절한 읍소와는 다르게 그녀는 지역일꾼이 아니다. (지역일꾼은 노동당의 김종철 후보가 유일하다) 또한 나경원을 살리면 동작을이 살아나고, 나경원이 살아야 정치투쟁만 일삼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꿀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둘이야말로 전혀 근거가 없는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실체없는 색깔론과 이념 공세로 정치투쟁을 조장해 왔고,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 집권여당의 주요 정치인으로서 나경원 후보는 저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강박은 필연적으로 초조와 불안을 야기시키고 여유와 안정을 순식간에 삼켜 버린다. 그 결과 나경원 후보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자신있는 선거운동방식인 '네거티브'를 다시 꺼내 들었다. 물론 그녀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해 낼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것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 모습이 나경원 후보에게는 가장 잘 어울린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를 확실히 , 그리고 완전히 되찾았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