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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라진 MB, 그를 공개수배합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은 일순간에 정가를 집어 삼켰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자원외교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경남기업의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이었던 성완종 회장은 물론이고 그의 측근들과 가족들까지 광범위하게 수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자금추적 성완종 회장의 주변을 잡듯이 파헤쳤다. 이에 성완종 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장으로 정가에 구명의 손길을 뻗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에게는 자원외교를 향한 전국민적 분노와 박근혜 정부가 천명한 '범죄와의 전쟁' 불똥이 튀는 것을 막을 힘이 없었다.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정치자금을 건냈던 현직 여권 실세의 이름이 적혀 있는 메모지와 육성파일을 남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부도덕한 기업인이었는지 아니면 비루한 정치의 억울한 희생양이었는지의 조금 냉정히 따져 문제다. 보는 관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의 죽음이 어떤 사람에게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고인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완종 회장의 죽음이 당초 재보선을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크나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법정치자금과 관련되어 현직 여권 실세 8명의 이름이 거론됐으니 당연히 야권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참담하게도 재보선에서 전패를 했고 새누리당은 대승을 거두었다. 덕분에 선거를 승리로 이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위상만 공고해 졌다.


선거를 진두지휘한 김무성 대표는 위풍당당했고 기세등등했다. 불리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재보선에서 막대한 전리품을 챙긴 김무성 대표는 선거 직후 치뤄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엄청난 악재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차기 대권을 위한 전국적 지분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가 앞서 언급한 사람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니다. 비록 김무성 대표가 이번 재보선의 수혜자 사람인 것은 분명하나 성완종 회장의 죽음과 오늘날 그의 위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설사 연관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소개하려는 사내에 비하면 비할 바가 못된다. 부글부글 끓어 오르던 성난 민심과 언론의 관심으로부터 유유히 사라져 버린 남자, 지금쯤 어딘가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지도 모르는 남자,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성완종 리스트' 최대 수혜자이다.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 졌다더니, 자고 일어났더니 그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성완종 리스트' 재보선 정국, 재보선 이후 여야가 선거 결과에 따라 각각 성대한 잔치와 앞을 내다볼 없는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사이 자원외교 비리의혹으로 위기에 처해 있던 그가 여론으로부터, 언론으로부터 완전히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눈을 씻고 찾아 봐도 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 성완종 리스트' 세상에 공개되기 직전만 하더라도 자원외교 5인방에 대한 국정조사 증인출석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증인출석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들을 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채택시켜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언론은 연일 자원외교의 부정과 비리 의혹들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던 것이 분위기가 불과 두달 사이에 감쪽같이 뒤바뀐 것이다. 운이라면 억세게 운이 좋은 것이고 의도된 것이라면 두려움이 산천초목을 떨게 만들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사자방 사업'으로 인해 낭비된 국민혈세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 100조원이 넘는다. 그리고 과정에서 수많은 부정 비리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사자방 비리' 명명된 이명박 정권의 비리 의혹의 중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따라서 국정최고통수권자였던 그에게 이명박 정권 시절의 실정과 부정 비리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지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이유 중의 하나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는 관행에 있다고 생각한다아주 멀게는 친일청산이 그랬고가깝게는 국정원 사건과 세월호 참사가 그랬다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결과가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정서와 유리된 정치인의 잘못된 신념이 궁극적으로 국가 공동체에 얼마나 해악을 입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국정 실패에 따른 혈세낭비 뿐만이 아니라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자행된 각종 부정 비리 부패 의혹의 중심에 있는 부도덕함의 상징적 존재다.

그런 그가 사라졌다. 우리는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한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거창하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도덕 교과서를 통해 배운 대로, 사회 규범을 통해 배운 대로 잘못된 것을 잘못 됐다 말하고, 고칠 것을 고치고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바로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사라진 MB, 그를 공개수배해야 한다. 그래서 의혹들에 대해서, 책임에 대해서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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