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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승덕, 선거에서 지고도 배운게 없다니

결국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될 모양이다. 검찰은 어제(3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기소는 6•4 지방선거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 시효를 하루 앞두고 이루어진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는 검찰이 막판까지 기소여부를 두고 고심했다는 흔적이며, 기소를 결정한 이상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검찰의 기소결정을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현행 선거법상 상대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따라서 유죄가 확정되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박탈당하게 된다. 재판결과에 따라 또 다시 재선거를 치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로써 지방선거 이후 "이번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아마 1년 반 이후에 다시 선거가 열릴 것"이라던 고승덕 전 후보의 발언이 허언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낙선한 고승덕 후보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였는지 아니면 고승덕 후보의 예언을 성화시키기 위해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수단체들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허위사실 공표혐의와 기타등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었다. 그들은 조희연 당시 후보가 지난 5월25일 "고승덕 후보가 두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고, 고 후보 또한 미국에서 근무할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다"는 기자회견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검찰 역시 기타등등의 혐의는 무시하고 오직 이 부분만 문제 삼았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결국 사법부가 조희연 당시 후보의 의혹제기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달려있다. 이는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란 뜻으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한 정당한 의혹제기인가, 아니면 상대방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공표한 허위사실인가의 여부를 두고 첨예한 싸움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어쨌든 사건을 재판까지 끌고 가게됨으로써 고승덕 전 후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재판결과에 따라 고대했던 재선거까지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찌질하다, 그리고 지지리도 못났다. 검찰의 기소와는 별개로 관련기사를 접하고 고승덕 전 후보에게 느낀 솔직힌 감정은 이러했다. 앞으로 전개될 법리공방 이전에 나는 이 사내의 끝모를 추락에 깊은 한숨이 먼저 터져 나온다. 그는 자신이 서울시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힌 채 실패의 원인을 오직 외부에서 찾으려고 혈안이 되있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추하고 또 추하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판세에서 고승덕 후보는 5월 중순까지 여타의 다른 후보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었다. 그는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경쟁자들을 여유있게 앞서 나갔다. 그런데 잘 나가던 고승덕 후보의 지지율은 5월20일 한기총 임원회의에 참석했던 일과 "교육감에 당선되면 전교조 문제만큼은 무슨 수를 쓰든 조치할 계획"이라는 발언이 알려지며 조금씩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고승덕 후보가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다소의 편차는 있지만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5월26~2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승덕 후보는 34.3%의 지지율로 문용린 후보(21.7%)와 조희연 후보(16.4%)에 비해 많이 앞서 나가고 있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5월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승덕 후보는 28.9%로 조희연 후보(17.4%)와 문용린 후보(16.7%)에 넉넉히 앞서고 있었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조희연 후보의 의혹제기가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선거 막판 예기치 못한 곳에서 엄청난 변수가 터졌다. 선거를 불과 4일 앞두고 고승덕 후보의 장녀인 고희경(Candy Koh)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장문의 글을 올린 것이다. TV 프로그램에서 보여진 자상하고 온화한 이미지를 일거에 뒤엎는 엄청난 내용을 폭로했던 미국발 '공주의 난'은 선거판세를 뒤집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버지의 자격없음을 고백한 고희경씨의 글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글은 때마침 조희연 후보의 아들인 조성훈씨가 다음 아고라에 아버지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과 대비되며 급격하게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어 놓았다. 대부분의 선거 전문가들은 지난 서울시 교육감의 성패가 바로 여기에서 갈렸다고 진단한다. 자식이 아버지를 향해 "당신은 서울시의 교육정책을 책임질 교육감의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장면에서 그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이미 내려졌던 것이다. 


고승덕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조희연 후보의 영주권 의혹제기 때문도 아니고, 딸을 앞세운 문용린 후보의 정치공작 때문도 아니다. 누구를 탓일 일도,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그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스스로의 부덕함이 초래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를 외부로 전가하는 모습은 더없이 비겁하고 한없이 치졸하게만 비쳐진다.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고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은 참담한 실패와 시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용기와 강인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 있다. 좌절을 딛고 역경을 이겨낼 용기와 의지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만들어진다. 안타깝게도 지금 고승덕 전 후보에게는 용기와 의지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원망과 증오, 분노와 저주의 감정만 엿 보인다. 당연히 반성은 없고, 성찰은 더더욱 없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보수단체의 고발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이면에 고승덕 전 후보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겸허히 결과에 승복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미래를 향해 담대히 나아가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졌다. 그런데 이제는 인생과의 싸움에서도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이런 모습을 보아야 하는 건 안타깝고 씁쓸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인간을 집어삼킨 추악한 속성만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땐 정치가 정말 너무나 끔찍하고 무섭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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