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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P, 박근혜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박근혜 정부와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WP는 어제(11일) '한국에서 언론인들이 정부 단속을 두려워 한다'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비선조직의 국정 개입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이를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와 일부 언론사를 고소한 것을 꼬집으며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언론자유'에 대한 언론계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논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WP가 서울의 언론 전문가로 인용한 '뉴패러다임'의 피터 백은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자 아버지가 쓴 대본을 이어 받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뼈 아프다. 그리고 부끄럽다. 외국언론에 비친 우리나라 언론자유의 현주소가 다시한번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정치의 난해함으로부터 자유로운 외국언론의 시선은 얼음처럼 차가왔고 냉정했다. 우리가 외국언론의 평가와 진단을 신뢰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의 눈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국내 정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WP의 이번 기사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이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WP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명예훼손'의 예외가 인정됐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그렇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WP의 지적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연이어 벌이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장면들이다. 기이함이란 익숙함으로 부터 멀어질수록 증폭된다. 외국언론의 눈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굉장히 낯설고 기이하게 여겨지는 모양이다. 언론자유국인 미국 언론사의 시각으로 보자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언론사 간의 소송전이 이해할 수 없는 진풍경인 셈이다.


사실 세계 언론이 박근혜 정부의 언론관을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언론자유도의 실상은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WP의 보도가 새삼스러울 것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언론자유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올해 초 이미 낙제점을 받았다. 세계의 언론자유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 2월12일 발표한 '201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순위를 57위로 산정했다. 이는 정치가 불안정한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 및 중남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언론자유국의 지위를 누렸던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가 처참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언론자유가 급락하게 된 이유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언론과 방송장악이 결정적이었다. 의례히 그렇듯 부정하고 부패한 정권일수록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곳이 언론과 방송이다. 언론과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차단하는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시중을 통해 이 작업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했다. 그들은 각 방송사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들을 대거 투입했고, 족벌언론사의 숙원이었던 방송사업마저 대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그 이후 우리나라의 언론과 방송이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이명박 정권의 부정과 비리들은 철저히 감추어지고 왜곡되었으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종북'이라는 올무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결박당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세팅해놓은 언론환경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차려진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만 얹으면 그 뿐이었다. 그러나 정권의 시작부터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이라는 커다란 암초에 직면한 박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뉴 패러다임'의 피터 백이 거칠게 비판한 것처럼 독재자였던 아버지가 쓴 대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익숙했던 과거의 기억과 경험에 안주하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휴가차 찾은 저도의 추억을 통해 백전노장 김기춘을 불러내며 불안하기만 했던 국정을 안정시켜 나갔고, 비선조직을 통해 사람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며 국정을 장악해 나갔다. 아버지의 대본은 아주 요긴했고 꽤 쓸만했다. 그러나 애시당초 아버지의 대본은 일시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어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21세기에 20세기의 낡은 처방이 먹힐 리가 없는 까닭이다.





그 부작용은 곧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기춘을 통해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었지만  당청간의 불협화음으로 손발이 안맞는 일들이 잦아져만 갔고,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청와대의 암투는 급기야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의 마음 속에 비판과 쓴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텃밭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은 절대로 틀리지 않다는 오만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는 추호도 용납치 않겠다는 독단과 독선에 사로잡혀 국정을 운영하는 탓이다. WP의 비판은 바로 이 점을 직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WP의 쓴소리에도 정부는 "한국 정부는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입장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가 WP의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 알 바 없다는 것이고, 그러니 신경끄라는 식이다. 우이독경이 따로 없는 태도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정부의 바로 이 같은 태도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격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 언론자유, 인권, 국민의 기본권, 노동환경 등등 곳곳의 지표들이 속절없이 고꾸라지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권위와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국민과 국가의 품격을 마구 떨어뜨리고 있는 박근혜 정부, 나는 그 중 무엇이 더 중요한 건지 저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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