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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황교안의 정치 도전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오마이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권한대행을 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드디어 '링'에 오른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기로 전격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보수진영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꾸준히 정치권의 레이더에 오르내리던 대표적인 대권 잠룡 중 한 사람인 그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황 전 총리의 정치 도전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난해 8월 발간한 수필집에서 "새벽 이슬 같은 우리 청년,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겠다"는 의미심장한 머리말을 남겼던 그는 이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당 친박계가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하자 "결심만 선다면 상처를 입더라도 전당대회에 나가서 당권을 잡도록 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정치 입문 시기를 저울질하던 황 전 총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며 정치 여정의 서막을 열었다. 그는 "고민도 많았고 처음 걷게 되는 정치인의 길이 걱정도 된다"면서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국민들께서 정말 힘들어하고 계신데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이라고 판단했다"고 한국당에 입당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이어 "겸손하게, 그리고 의욕과 용기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통합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려고 한다"며 "자유한국당의 변화와 혁신에 힘을 보태고, 더 나아가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며, 우리가 지켜온 소중한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개인적 욕심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 때문에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는 취지다. 

황 전 총리의 정치 도전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유력한 대권 주자가 없는 보수진영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라는 것은 분명하나 그만큼 변수도 많다는 지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입당할 뜻을 피력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전대 출마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출마를 준비 중인 심재철·정우택·주호영·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과의 당권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의 전대 출마가 당내 계파 갈등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선거인만큼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간 치열한 갈등과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후보를 측면 지원한 친박계에게 완패를 당한 비박계로서는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 생존을 위협 받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이같은 당내 사정을 고려하면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황 전 총리에 대한 비박계의 집중적인 견제와 비판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당장 한국당 내부에서는 황 전 총리의 입당과 관련해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인 심재철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이 공격당하고 탄핵소추 당할 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나"라며 "간신히 탄핵프레임에서 벗어나 우리 당의 지지율이 회복에 접어들어 좌파 권력에 맞설만 해지자 무혈입성해 보스가 되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에 답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황 전 총리를 향한 우려는 친박계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홍문종 의원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전 총리의 입당과 관련해 당내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홍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황 전 총리가) 무슨 일을 했느냐"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있다며 "그 분이 실질적으로 (당에) 들어오기 전에 이렇게 저렇게 다리미질을 잘해서 당내 분위기를 (잘 조성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본인이 후보로서 해야 될 일들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일들에 대해서 너무 소홀하신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황 전 총리에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는 사실이다. 주지한 것처럼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아래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탄핵 정국 당시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4개월 동안 국정을 이끌기도 했다. 그가 국정을 책임지는 동안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고,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까지 그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한목소리로 황 전 총리 비판에 나서고 있다. 

황 전 총리를 둘러싼 논란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재임시절 이석기 내란선동 사건과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주도했으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권한대행 시절에는 박영수 특검팀의 활동 연장을 거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황 전 총리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이처럼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은 결국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관료·학자 출신 인사들의 대권 도전은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랬고, 멀게는 이회창 전 총리가 그랬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고건·정운찬 전 총리 역시 이 징크스를 피하지는 못했다. 여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관료로서, 학자로서 순탄한 길을 걸어온 그들이 정글과도 같은 현실정치의 살벌함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황 전 총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당권을 넘어 대선까지 순항하기 위해서는 당 안팎의 극심한 견제와 비판을 이겨내야 한다. 그를 둘러싼 갖가지 논란과 의혹 역시 불식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농단의 한 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야 한다. 황 전 총리의 약점으로 지목받아온 표의 확장성을 위해서라도 이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부분이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과제다. '꽃길'을 걸어왔던 황 전 총리의 정치 도전이 녹록치 않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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