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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 미스터리..그들은 왜 문제적 인사를 추천해야 했나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이 지난 14일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 위원으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없거나, 5·18의 정신을  훼손하고 깎아내렸던 편향적 극우인사를 추천하자,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5·18민주화운동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을 주장했던 지만원씨와 당시 진압군이었던 변길남 전 3공수여단 대대장 등이 제외됐지만, 이번에 추천된 인사들 역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추천을 확정했다"며 "추천인들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상임위원으로 권태오 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을, 비상임위원으로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와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했다. 문제는 한국당이 천거한 인물들이 5·18민주화운동 이력이 없거나 외려 그 의미를 왜곡하고 있는 인사들이라는 것.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육군본부 8군단장 등을 지낸 권 전 처장은 5·18민주화운동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사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권 전 처장이 "전역 후 극우보수단체의 자문의원 등으로 활동해 온 편향적 인사"라고 비판했다. 

<월간조선> 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더욱 논쟁적이다. 이 대표는 기자 시절인 1996년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검찰의 재수사 결과 등을 다룬 당시 언론 보도를 '오보'라 단정지었다.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탱크 진압, 공수부대원들의 성폭행 의혹 등이 있었다는 검찰 발표와 언론 보도를 부정하는 논지의 기사였다. 

그러나 당시 기사에서 이 대표가 반박한 내용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31일에는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에 의해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민간인 성폭행과 성추행 등이 자행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대표가 당시 작성한 기사야말로 명백한 '오보'이자 '왜곡'이었던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이 대표는 2013년 6월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의 극우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주최한 강연에서도 "소수 선동가에 의해 다수 대중이 휩쓸린 사태"라고 주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기환 변호사 역시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인사라는 지적이다. 차 변호사는 2014년 세월호 특조위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 몫 추천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당시 그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유가족들에 의해 고발을 당하기까지 했다. 

차 변호사는 고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를 중심으로 제기된 '빨간우의 타격설'을 그대로 자신의 SNS에 게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일로 차 변호사에게는 '일베 주장 퍼나르는 변호사'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 오마이뉴스


차 변호사는 5·18민주화운동 관련해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2012년  9월 차 변호사는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극우 언론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역사적 진실은 무엇일까? 많은 민간인 사망자들이 진압군이 쓰는 M16이 아니라 M1이나 칼빈 탄알에 맞아 죽었다는 것은 87년 청문회와 사밍진단서로 밝혀졌는데"라고 적은 바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사망자 조작과 사실 왜곡이 있었다는 의혹은 배제한 채 일방적인 주장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밖에도 차 변호사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국민을 잔혹히 죽이는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정치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당이 장고 끝에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며 추천한 인사들의 면면이 대개 이렇다.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며 5·18민주화운동을 끊임없이 왜곡·폄훼해온, 지씨와 별반 차이가 없는 인식의 소유자들을 대놓고 진상규명 위원으로 내세운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5월3단체와 5·18기념재단,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 등이 한목소리로 비판에 나서고 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누구보다 염원하고 있을 5월3단체와 5.18기념재단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 진상규명위원을 거부한다"며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역사인식을 갖춘 인물로 재추천하라"고 강력 비난했다. 

5·18민주화운동은 아직까지 그 상흔이 치유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음에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은 4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도 진상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일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그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감추어진 진실과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터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9월 14일부터 5·18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할 진상조사위는 해를 넘긴 오늘까지도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한국당이 위원 추천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진상조사위 출범을 4개월 동안이나 뭉개왔기 때문이다.  

그간의 행태로 미루어 아무래도 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에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아니라면 진상조사위 출범을 지연시켜왔다 비판을 받아온 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가치, 그 숭고한 정신을 모독하는 인사들을 보란 듯이 추천하는 이 미스터리한 상황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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