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측면이 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기중심적이라고 해야 맞을 듯 싶다. 내 기준으로 생각하고, 내 판단이 옳다고 믿는다. 이 생각이 굳어지면 독선과 독단으로 흐르기 쉽다. 무오류에 빠져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안다. 자기가 절대선이고, 자신만이 세상을 구할 슈퍼 히어로라 여긴다. 나르시즘과 영웅주의가 만나면, 시쳇말로 답이 없다.

 

세상 답 없는 치들 중에 으뜸은 윤석열과 안철수다. 윤석열은 그동안 많이 썼으니 오늘은 안철수에 대해서 잠깐 언급해볼까 한다. 사실 안철수 역시 그동안 너무 많이 써서 또 쓴다는 게 영 식상하고 흥이 나질 않는다. 효용가치가 없는 인물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야 하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그럼에도 또 거론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하루하도 빨리 그가 사라져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안철수가 돌아왔다. (정말 궁금하다, 그는 왜 돌아온 걸까). 그런데 변한 게 없다. 진보와 보수의 틈새를 비비고 들어가려는 기회주의적 행태가 여전한 데다, 밑도 끝도 없는 공허한 말만 더 늘었다. 예나 지금이나 안철수는 진보 때리고 보수를 공격하면 정치에 무관심한 중도층이 자기를 지지해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는 모양이다. 중도의 함정에 빠져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으면서도 달라진 게, 아니 배운 게 없다.

 

새정치의 동력은 말 그대로 얼마나 '새로운가'에 달려있다.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으로 기성정치에 만족하지 못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해야 승산이 있다. 그런데 안철수에게는 바로 '그것'이 없다. 기성정치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대중의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그 속에서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얄팍한 꼼수만 부린다. 정치철학도 없고, 그래서 당췌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안철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중도'는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표현하는 가운데 얻게되는 타이틀이지, 그것이 정치적 이념이자 이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대놓고 "나는 중도요"를 외친다는 건 "나는 생각없는 사람이요"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안철수가 실체 없는 말과 뜬구름 잡는 얘기로 사안의 본질을 비켜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기만의 정치 철학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안철수는 언제나 쉬운 길을 고집한다. 양비론으로 진보와 보수를 싸잡아 비난하고, 기계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이를 중도란 말로 교묘하게 포장한다.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기성정치는 죄다 나쁜 것이라는 반정치 정서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린다.

안철수의 지난 8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 너희들 때문이야'로 정리할 수 있을 터다. 모든 것을 전지적 시점에서 재단하고 평가한다. 그가 머무는 곳마다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포용과 상생, 화합 대신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고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나쁜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 탈당과 창당을 반복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안철수는 중도를 기득권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시키고 있지만, 그가 말하는 '중도'는 기실 '실체없음'을 뜻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색무취가 중도일 수는 없다. 신기루 같은 허상이 중도일 수는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이쪽도 저쪽도 아닌 기회주의가 중도일 수는 없다. 안철수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과거로부터 전혀 배우지 못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비난하는 건 쉽지만, 그것만큼 비겁하고 치졸한 게 없다. 안철수의 지난 8년이 그랬다. 자신은 옳고 남은 틀리다는 자기중심적 인식으로 끊임없이 상대방을 헐뜯고 공격해왔다. 안철수는 기성정치를 '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가 비판했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그 자신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사실을 안철수 본인만 모르고 있다.  안철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2.03 08:14 신고

    보수 분열의 기폭제가 될것이라고 기대합니다..ㅎ

  2.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2.03 10:23 신고

    한주가 밝았네요^^
    이번주 활기차게 화이팅입니다~

  3. Favicon of https://paindiary2359.tistory.com BlogIcon 환경쟁이🌱 2020.02.03 12:50 신고

    중도란 없는 건가요?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2.04 05:54 신고

    차츰...실망감을 주시는 분...ㅠ.ㅠ

ⓒ이데일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후 독일과 미국 등지로 연수를 떠난지 1년 4개월여 만이다.

안 전 대표의 복귀가 주목받는 것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보수통합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안 전 대표의 등판이 야권 재편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정치 바람을 일으키던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와 위상 등을 고려하면 파급력이 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계복귀를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안 전 대표가 총선 구도를 가를 변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과연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지난 3일 동안의 행적을 통해 그 가능성을 살펴보자.

안 전 대표는 귀국 당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영 정치를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간절하게 대한민국이 변화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고, 다음 국회에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이 (국회에) 진입하게 하는 게 제 목표"라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며 "야권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진영 대결로 1대1 구도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보면, 안 전 대표는 먼저 실용 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중도 정당을 염두해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보수통합 논의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그가 말하는 중도·실용주의 정당이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 지는 아직까지 불분명한 상태다. 창당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의 합류가 필수적인데, 그들 대부분이 비례대표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비례대표는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에 복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가 합류해 재창당 수준으로 당을 환골탈태시키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손학규 대표의 의지가 확인된 데다,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낮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는 귀국 다음날인 20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했다. 주목할 것은 안 전 대표가 정계 복귀 첫날 '광주'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이는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의 진원지였던 '호남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방문에는 바른미래당 소속 김동철, 박주선, 권은희, 주승용 의원 등 광주전남 의원들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이 참여해 호남 기반의 제3지대 정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안 전 대표에게 돌아선 민심이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은 안 전 대표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박지원·박주선·주승용 의원 등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호남 지역 28개 의석 중 무려 23석을 얻는 깜짝 놀랄 성과를 거뒀다. 호남은 이후 국민의당의 텃밭이자 안 전 대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안 전 대표를 향한 호남의 지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안 전 대표는 DJ의 철학이 녹아있는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등 정체성과 노선에서 지역 민심과 충돌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고, 급기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정당인 바른정당과 손을 잡으며 국민의당 분당 사태를 초래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역 민심은 4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호남에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를 기록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보다도 낮은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했던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역시 호남지역에서 제2의 '안풍'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시민들이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나. 저도 이번 주말 광주에 있었는데 '아니올시다'"라며 "호남이 두 번 속지 않을 것"이라 평가한 것. 이같은 상황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 창당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안 전 대표는 21일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의 회동 직후 보수통합 논의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정부·여당이 바라는 함정에 들어가는 길"이라며 "야권에서 치열하게 혁신 경쟁을 하는 것이 나중에 파이를 합하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당장은 참여할 의사가 없지만, 연대나 연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귀국 기자회견 당시 혁통위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관심이 없다"고 단호히 선을 긋던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두고, 안 전 대표 특유의 언행이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우선 순위로 두고 독자세력화에 나서되, 여의치 않을 경우 '반문연합'을 고리로 한 총선 야권연대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혁통위 등에서 안 전 대표를 향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보수진영의 합류 요구가 거세질수록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주가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독일·미국 등지로의 외유를 끝내고 1년 4개월여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한지 3일, 안 전 대표가 보여준 행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민주당·한국당 거대 양당 모두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걷겠다고 천명했다. 정부·여당에 대해선 진영논리를 앞세워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보수통합 움직임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여지를 남겨뒀다.

그런데 어떤가. 이 장면 어딘가 대단히 낯이 익지 않은가. 기성 정치를 양비론으로 싸잡아 비난하고, 정권과 각을 세우고, 반정치주의를 앞세워 정치혐오와 불신을 부추기고, 두루뭉술한 화법으로 본질을 비켜가던 안 전 대표의 과거 모습과 닮아있지 않은가 말이다.

정계 복귀 선언 전후로 안 전 대표는 직간접적으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는 귀국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하나 하나의 워딩은 다를지 몰라도, 그 말들은 결국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정치를 바꾸겠다던 안 전 대표가 정작 자기 스스로는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기계적 중립과 전략적 모호성으로 세간의 비판을 받아왔던 안 전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해내는 일이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달라졌다는 징후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참패가 이를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정치 초년생이었던 저의 부족함으로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고백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일 터다. 그것이 없다면 '안철수'의 시간은 이번에도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1. Favicon of https://torihome.tistory.com BlogIcon 토리야뭐하니 2020.01.22 10:21 신고

    자기 분야에서 잘 뛰던 사람들이 왜 굳이 정치에 빠져드는 걸까요.

  2.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22 11:02 신고

    안철수는 안철수네요.
    학자로서의 삶이 더 존경받았을텐데요.
    정치인만 되면 거짓말을 하니 ;;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1.23 05:52 신고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시 기로에 섰다. 벌써 세 번째 맛보는 쓰라린 경험이다. 그동안 몸 담았던 곳에서 늘 승승장구해 왔던 그에게는 좀처럼 익숙지 않은 낯설음이다. 의사로서, IT전문가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멘토로서 눈부신 업적을 쌓아왔던 그이기에 이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기는 했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선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것도 자신이 사퇴를 종용했던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쳐진 3등이다. 곳곳에서 조소와 냉소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는 퇴로가 없는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판한 선거가 아닌가. 게다가 상대는 7년 전 그가 통 크게 양보를 했주었던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밀려날 수도 밀려서도 안 되는 진검 승부였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차기 대선은 고사하고 정치 활동 자체가 위협받는 외나무다리 혈투였다. 지방선거 이후 보수재편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러나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7년 동안의 재임기간을 거쳐 박 후보는 어느덧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3선 연임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킬만한 안정감과 풍부한 시정 경험을 갖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여기에 '문재인 프리미엄'이라는 '어드밴티지'까지 더해졌다. 그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싸움에 뛰어든 셈이었다. 

더욱이 선거는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애시당초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김 후보는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하며 국면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박 후보의 일방적 독주가 이어지고 단일화 가능성마저 사라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2위 쟁탈전으로 모아졌다. 누가 2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야권의 보수 재편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 그의 최종 성적표는 3등이었다. 바른미래당 역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를 당했다.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창당한 바른미래당 역시 유권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은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는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궁금하다. 그는 이런 결과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 오마이뉴스


출마를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엄청난 산고를 겪은 끝에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기에 한 걸음 물러나 재충전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휴식이 필요할 법도 했다. 거듭된 선거 출마에 따른 피로감이 그의 정치적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노출 빈도가 높을 수록 정치인으로서의 참신함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바른미래당 창당 이후 일선에서 물러난지 두 달여만의 일이었다. 사정은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를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다. 당의 간판이자 얼굴인 그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당내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유승민 공동대표의 불출마 의지가 확고한 이상 그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탓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등판을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 보는 시각도 있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렵게 여긴다는 속설이 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당내 위상이나 역할,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둘러 조기 등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당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이 발칵 뒤집히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하게 22일 뒤 그는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22일 동안 그가 어떤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출마에 우려를 표시했고 심지어 당 내부에서도 만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의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 극심한 내홍이 펼쳐지기도 했다. '선당후사'하겠다며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자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코미디'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당 대표에 오른지 몇 개월 후, 국민의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원내 2당으로 도약하려던 그의 야심찬 계획은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중도 성향의 정치세력을 규합해 집권을 도모하겠다는 그의 구상 역시 현실의 높은 벽 앞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이유가 뭘까. 중간지대에 머물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양극단의 정치에 신물난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중도의 함정'에 너무 깊숙이 빠져버린 탓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성향을 지닌다. 편의상 이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사안에 따라 우연히 얻게 되는 지위일 뿐 '중도'는 개인의 정치적 스탠스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다. 대중이 정치를 불신한다고 해서, 무당층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그들의 중도 지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좋든, 싫든 대중은 정치적 현안에 정치적 의사를 갖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인간이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어놓을 무렵은 대중의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정치공학에 함몰된 낡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하늘을 찔렀다. 정치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는 대중의 열망은 새정치를 앞세웠던 그에게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정치개혁의 아이콘이자 상징이 됐고, 대한민국 정치를 선도해 나갈 '초인'이 됐다. 

양당제에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했던 대중들은 그를 통해 기성 정치를 변화시킬 동력과 가능성을 찾기를 희망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 삶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염원이 그에게 투사됐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철수 현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대중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중도적 스탠스를 앞세워 양당제의 헛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그의 정치 여정은 시간이 갈수록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기득권 거대 양당을 거세게 비판하며 새정치의 당위를 역설했지만 실체 없는 말의 향연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법론을 제시하는 대신 양비론을 통해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기 때문이다. 

리더십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미래당에 이르기까지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그가 몸담는 곳마다 분열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만 해도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공천 갈등에 시달리며 힘을 하나로 규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원병 지역에서는 안철수계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유승민계인 이준석 지역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김 교수의 불출마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겨우 수습되는가 싶었던 분란은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 문제로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막판까지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고집해 당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정체성 논란도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논쟁거리 중의 하나다.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그는 진보·중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는 조금씩 노선을 선회하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수적 스탠스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현상의 거품이 걷히면서 진보·중도 세력의 지지세가 약해지자 타겟을 보수층으로 바꿨다는 지적이다.

유시민 작가는 2017년 대선을 앞둔 4월 2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5년 전에는 청년 멘토예요, 안철수 후보가요. 그래서 젊은층 지지가 되게 높았는데 지금은 고령층 지지예요. 한 정치인이 5년 사이에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이렇게까지 변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에요. 저는 안철수 후보가 제자리로 갔다고 봐요"라고 꼬집은 바 있다. 원래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그의 노선 변경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보수 표심을 의식한 그의 우클릭 행보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유부단한 태도와 계속된 말바꾸기, 중도를 앞세운 모호한 노선과 정체성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색이 뚜렷한 대한민국 유권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도 지향의 전략적 모호성이 결과적으로 양쪽 진영 모두에게 불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낙선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그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감안한 정계은퇴 가능성에서부터 당분간 정치권 밖에 머물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작가는 14일 방송된 <썰전>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퇴로만 남겨놨다"며 그에게 필요한 건 "마음을 비우고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면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것을 주문한 것이다.

거취 문제로 다시 장고에 들어가야 하는 그가 곱씹어야 할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정치에서 '철수'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그에게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성찰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무렵 혜성처럼 등장해 대한민국 정치판을 '들었다 놨다' 했던 정치인 '안철수', 그의 선택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또 다시 기로에 서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 1인 미디어 '바람 언덕'이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8.06.18 07:10 신고

    기사 내용이 전부 설명해 주었듯이 그는 말뿐이였고, 빈 껍데기였을 뿐이였습니다.
    안철수도 분명히 기회가 있었죠. 정치 행보를 보면 나서야 할 때는 물러서고, 물러나야 할 대는 나서는 등 타이밍 때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게 안철수의 실체라고도 할 수 있죠. 무능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06.18 08:50 신고

    더 이상 추해지기전에 정치에서 발을 떼야 합니다

  3. Favicon of https://jkcorp.tistory.com BlogIcon 세계유랑방랑자 2018.06.18 18:13 신고

    앙돼요 오래오래 남아서 똥볼차시길 ㅋㅋㅋ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06.18 19:20 신고

    안철수의 한계 입니다.
    그는 능력은 있어도 인ㄱ겨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정계 은퇴가 답입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8.06.19 01:11 신고

    그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입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06.19 05:40 신고

    학자로 남아있어야했을 분인 듯...
    안타까워요.ㅠ.ㅠ

  7. 호랑이발바닥 2018.06.26 17:25

    약간의 재치가 필요한때 입니다. 만가지 근심을 덜어낸다는
    뜻으로 당명을 (만파대륙)으로 변경할것을 제안합니다.
    궁금증이 국민최대치에 다다를때 목적한바, 대안정당으로서
    드러나고 대안후보였던 본연의 모습으로 강화될것입니다.

+ Recent posts